[새해 인터뷰] 물가 폭등 겪은 장마당 상인들의 새해 소망은?

"지난해 물가는 오르고 벌이는 줄어 살기 막막해…올해는 아등바등 살아야 하는 현실서 벗어났으면"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시의 한 장마당. /사진=데일리NK

2025년은 북한이 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 수행의 마지막 해였다. 그리고 2025년 12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열린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13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5개년 계획이 완수됐다”고 자평했다.

그렇다면 북한 주민들의 삶은 실제로 나아졌을까. 북한은 새해에 들어서도 지방공업공장 준공과 농촌 살림집 입사 소식을 대대적으로 전하며 주민들이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는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장마당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주민들은 이런 선전과 현실에 괴리를 느끼고 있다. 장마당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주민들은 여전히 ‘먹고 사는 문제’가 절박하기 때문이다.

데일리NK가 인터뷰한 양강도, 함경도 주민들은 지난해 장마당 물가가 사상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또 다른 ‘고난의 행군’을 겪은 한 해였다고 토로했다. 그 어느 때보다 고통스러운 한 해를 버텨낸 이들이 맞이한 2026년 새해의 소망을 들어봤다.

다음은 장마당에서 장사 활동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60대 양강도 주민 A씨, 30대 함경북도 주민 B씨, 50대 함경남도 주민 C씨와의 일문일답.

–현재 본인을 포함해서 주변 사람들의 생활 형편은 대체로 어떤가?

A: “우리 나이대 사람들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겪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장마당에서 장사를 해왔다. 지금은 그때보다도 더 힘들다는 말밖에는 할 수 없고 눈물도 말라 더 이상 나오지 않을 정도로 고단하다. 국영상점이 늘어나 장마당 장사가 어려워졌고, 쌀값이 1kg에 3만원까지 오른 적도 있다. 요즘은 죽물로 끼니를 때우기도 힘들다 보니 과거의 ‘고난의 행군’과는 다른 새로운 ‘고난의 행군’ 겪으며 살아간다는 생각이 든다.”

B: “잘사는 집은 흥청대며 잘 살고 못사는 집은 배고픔을 참고 견디며 사는 게 일상이 됐다. 근데 TV를 보면 평양은 외국같이 느껴질 정도로 번쩍번쩍하고 농촌 주민들은 새로 지은 집에 입사하며 행복해하는 모습만 나온다. 평양은 그렇다 치고 농촌 사람들은 정말 좋아서 웃는 걸까 하는 의심이 들지만, 행복하지 않아도 행복한 것처럼 보여야 한다는 것을 너무 잘 알기에 씁쓸할 뿐이다. 내 주변 동무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다. 몇 년 전만 해도 장사로 남들 못지않게 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장사에 훨씬 많은 밑천이 필요해졌다. 결국 가난한 사람은 계속해서 가난해질 수밖에 없는 세상이 됐다.”

C: “지난 한 해는 물가가 끝없이 오르는데 벌이는 줄어들어 살기가 너무 막막했다. 내 경우 공업품 장사를 접고 남새(채소) 장사를 시작했지만, 남는 게 없어 미누스(마이너스) 나는 날만 늘어났다. 그래도 우리 식구는 남편이 가끔씩 배급을 타는 직종이라 겨우 견딜 수 있었지만, 이마저도 없는 세대들은 눈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생활이 한심하다. 장마당 장사는 이제 전망이 없다. 오죽했으면 올해는 작년보다 제발 나아졌으면 하는 마음에 점쟁이까지 찾아갔겠는가.”

-지난해 특별히 더 힘들었던 점이나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A: “고난의 행군 시절에는 남조선(남한)에서 지원이 들어와 쌀이나 잡곡을 비교적 저렴한 값에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남조선과 통일도 하지 않겠다고 하고, 적대국이라고 부르니 기대할 곳조차 사라졌다. ‘자력갱생’이 과연 맞는 것인지, 통일을 하지 않는 것이 정말 인민을 위한 길인지 의문만 더 깊어졌고 이런 점이 가장 아쉽다.”

C: “지난해에는 쌀을 kg 단위로 사 먹기도 어려울 만큼 돈벌이가 되지 않아 특히나 힘들었다. 수입은 줄어드는데 물가는 정신없이 오르다 보니 오직 장마당 장사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입에 풀칠하기도 버거웠다. 특히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데도 삶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힘들었다. 20년 넘게 가족을 먹여 살리겠다고 뛰어다녔지만, 지난해에는 유독 남는 게 가난뿐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죽을 때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생각에 허무감도 들었다.”

-힘들었던 묵은해가 가고 새해가 밝았다. 올해 가장 바라는 것, 소망은 무엇인가?

A: “새해에는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먹을 걱정에서 벗어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잘 사는 사람들과 다르게 못 사는 사람들은 하루하루가 정말 지겹다. 이들이 하루 세 끼 먹을 수 있는 대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B: “올해는 사람들이 거짓이 아닌 실제로 활짝 웃을 수 있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 물론 살림집 건설, 지방에 들어서는 현대적인 공장들도 나쁘진 않다. 다만 그 화려한 모습 뒤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도 관심을 기울여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C: “새해는 희망의 한 해가 됐으면 한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먹고 살겠다고 아등바등 살아야 하는 현실에서 벗어나면 좋겠다. 먹은 소가 힘을 쓰듯 사람도 배를 채워야 ‘애국’도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나. ‘애국’을 요구하기 전에 ‘애국’을 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