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자력갱생의 그늘, 2026년 식량위기 탈출의 조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4일 “당 중앙의 사상과 정책을 관철하기 위한 투쟁으로 온 나라가 들끓도록 선전선동공세를 더욱 맹렬히 전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2026년 북한 농업·농장 부문은 식량 위기 탈출과 농가 소득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조적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토양 성분 개조, 농작물 품종 개량, 농장 경영 방식 혁신, 축산업 성장을 통한 소득 확대 등 다층적인 도전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여전히 농민에 대한 사상 교양과 충성 강조에 교육과 역량이 집중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해마다 연초에 진행되는 농업기술 교육의 약 60%가 사상교육으로 채워지고, 구태의연한 ‘주체 농법’이 35% 이상을 차지한다. 반면 실질적으로 필요한 농업기술 교육은 5%도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현장의 절박한 상황과 교육의 방향이 크게 어긋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과연 현재의 식량 위기 상황이, 노동당이 ‘다수확을 위한 법’이라고 70년 동안 주장해 온 주체 농법의 요구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일까. 혹은 농민들의 충성심이 부족해서일까. 이를 판단하기 위해, ‘작년보다 농업생산이 증가했다’고 알려진 2025년 작황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농촌진흥청 자료(2025년 12월 23일)에 따르면 북한의 2025년 식량작물 생산량은 490만 톤으로 추정됐다. 이는 전년(478만 톤) 대비 2.5%(12만 톤)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북한 당국이 제시하는 1인당 1일 식량 소비 기준(580g)을 고려하면, 생산된 모든 곡물이 전량 식량으로 소비된다고 가정하더라도 연간 약 600만 톤이 필요하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약 110만 톤이 부족하다. 실제로는 군수공업이나 식품 가공산업 등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곡물도 존재하므로, 주민의 식량권을 보장하기 위한 곡물 부족은 더욱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경지 약 200만ha에서 정보당 3톤씩만 생산한다면 목표 달성이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왜 그렇지 못한가. 토양의 질 저하, 기후 환경의 불리함, 우량품종 부족, 비료·농약 등 농자재 부족 등 복합적인 원인이 존재한다. 여기에 식량자원에 접근할 수 있는 제도적 한계와 지역 간 격차까지 더해지면, ‘자력갱생’과 ‘주체 농법’만으로 생산량 목표를 안정적으로 달성하기는 어렵다. 설령 생산량을 끌어올린다고 하더라도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다면 식량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2025년 농업생산이 증가했다고 해도 내부에서는 북한 식량작물 생산의 40%를 차지하는 평안남도와 황해남도 농장들의 2025년 국가 의무 수매 계획 목표 달성률이 50%를 넘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서해안 주요 곡창지대인 평안도·황해도가 이 정도라면, 다른 지역의 사정은 더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북한 농업의 지난 80년을 되돌아보면, 식량 위기가 상시화된 구조가 뚜렷하다. 전후에는 부족한 식량을 이유로 배급제도가 시행됐고, 최고지도자가 농업생산 증가를 ‘전쟁’으로 선포하며 국가적 총동원을 추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배급제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고난의 행군’ 시기에는 대규모 아사자까지 발생했다. 김정은 집권 이후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게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식량 위기를 근본적으로 탈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 위기는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첫째, 산지가 80%에 이르는 척박한 조건 속에서도 농민의 부담에 의존하는 ‘자력갱생’ 중심 구조를 고집해 온 결과다. 둘째, 노동당 농업정책의 목표가 농가 소득과 생활 안정이 아니라, ‘생산량’ 지표 달성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셋째, 농촌진흥 정책이 농민의 삶의 질 개선보다는 지도자 개인 이미지 강화와 과시성 성과에 치우쳐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2025년 농업 부문 성과 보도를 보면, 생산량 증가보다 ‘집들이 행사’ 보도가 더 눈에 띈다는 평가도 있다. 결국 이는 현장의 노력 부족이 아니라 정책과 구조의 문제에 가깝다.

그렇다면 식량 위기 탈출의 열쇠는 어디에 있을까.

첫째, ‘자력갱생’형 생산구조에서 벗어나 부족한 식량은 교류와 협력으로 보완하는 현실적 접근이 필요하다. 둘째, 농촌진흥의 중심축을 ‘농가 소득’과 ‘생계 안정’으로 옮겨야 한다. 현재 북한이 말하는 ‘농촌진흥’이 보여주기식 주거 건설과 행사 중심에 머문다면 주민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진정한 농촌진흥은 농민의 생존 안정과 삶의 질 개선에서 출발해야 한다. 겉모습을 꾸미는 데 집중하기보다 무엇보다도 ‘먹는 문제’부터 해결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우선순위를 재정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