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당국이 지난해 10월 제대군관(퇴역 장교)을 위한 전담 진료 부서를 전국 병원에 새로 만들도록 지시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단순히 보면 군 출신에 대한 예우 조치지만, 내부에서는 충성심을 고취하면서 앞으로도 해외 파병을 이어가겠다는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4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은 “2025년 10월 각 도와 시·군 병원에 ‘제대군관 치료과’를 새로 만들라는 중앙의 지시가 내려졌다”면서 “이 전담 부서는 전쟁이나 훈련 중 다친 제대군관들의 후유증, 만성 질병, 재활 치료 등을 맡는다”고 전했다.
이어 소식통은 “이는 선대(김일성·김정일) 시대에는 없던 조치로 정부는 이번 조치를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 시대 최고의 제대군관 대우’라고 강조하고 있다”면서 “군대에서 충성하면 늙어서도 버려지지 않는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법률로써 제대군관을 ‘27호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는 국가가 주거와 생활, 치료까지 특별히 책임지는 대상이라는 의미다.(▶관련 기사 바로보기: 북한, 제대군관을 ’27호’ 대상으로 분류해 특별 관리)
이런 가운데 이번에 내려진 조치는 현직 군관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해외 파병과 실전 투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군인들, 특히 군관들 사이에 퍼질 수 있는 불안과 동요를 막으려는 목적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북한 내부 소식통은 “군대 안에서는 요즘 ‘전쟁 나가면 어떻게 되나’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면서 “다치거나 돌아와서 대우를 못 받으면, 그다음 사람들은 나가려고 하지 않는 게 당연한 수순 아니겠나. 정부는 이 심리를 돌리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당국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참전 이후의 군 내부 동요다. 부상자나 전역자가 제대로 대우받지 못했다는 소문이 퍼질 경우, 군 내부의 사기와 충성심이 급격히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소식통은 “다친 사람들이 어떻게 지내는지가 군대에서는 제일 중요한 이야기”라며 “제대군관 치료과는 그 불만이 커지기 전에 막으려는 장치”라고 했다.
특히 지난달 12일 열린 공병부대 귀국 환영식에서도 확인된 파병 지속 가능성과 제대군관 우대 정책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는 점도 주목된다.
소식통은 “내부 선전에서는 전우를 끝까지 책임지는 최고지도자(김 위원장)라는 이야기가 계속 강조된다”면서 “싸우는 건 영광이고, 그 대가는 국가가 책임진다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는 장기적인 군사적 긴장 국면에서 군 내부의 충성심과 기강 강화를 동시에 노리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제대군관 치료과는 이미 의사와 간호원들 사이에서 기피 1순위 부서로 불릴 만큼 병원 현장의 분위기는 다르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그는 “의사들은 환자나 가족이 가져다주는 돈(뇌물)으로 먹고사는데, 제대군관 환자들에게는 나중에 문제가 될까 두려워 그런 걸 받기 어렵다는 점에서 ‘먹을 알 없는 부서’라는 평가가 있다”고 전했다.
이에 내부에서는 이 부서에 의대를 갓 졸업한 신참, 배경이나 인맥이 없는 의료진, 문제를 일으킨 인력이 몰릴 것이라는 말도 돌고 있다. 실제로 현재 병원에서는 제대군관 치료과가 ‘힘없는 애들 보내는데’로 인식되고 있다고 한다.
북한 당국은 제대군관 치료과를 통해 파병 이후 동요 차단, 장기 군사 긴장 속 충성 유지, 전쟁 서사와 결합한 군 기강 강화 등 여러 효과를 동시에 노리고 있으나 의료진들의 기피와 현장 불만은 계속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소식통은 “군의 사기를 북돋아 보겠다는 의도는 분명한데, 그걸 떠받치는 사람들은 다 싫어한다”면서 “정책과 현실의 간극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