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군단 부대들, 새해 첫날 군인들에 풍성한 음식 제공…그 이면엔…

군관 아내들 “명절 하루만이라도 나라가 해주면”…급식의 질과 군관 가족의 고통이 맞바뀌는 구조 고착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24년 3월 24일 조선인민군 근위 서울류경수제105땅크(탱크)사단과 산하 제1땅크장갑보병연대를 시찰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함경북도에 주둔한 9군단 예하 군부대들에서 새해 첫날 군인들에게 풍성한 명절 음식을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국방성 후방총국의 지시에 따라 진행됐는데, 그 부담이 군관 가족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5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이번 양력설에 청진시에 주둔한 9군단 소속 부대 군인들에게 제공된 명절 음식이 다른 해에 비기지 못할 정도로 풍성했다”면서 “실제로 한 부대에서는 양력설 아침 군인들의 식탁에 돼지고기볶음과 콩나물볶음, 두부구이, 산나물채, 만두, 김치 등이 올라 푸짐한 식사를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국방성 후방총국은 앞서 ‘설명절 음식을 잘 준비해 군인들이 집을 그리워하지 않고 부대를 집처럼 느낄 수 있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후방총국은 단순한 지시 전달에 그치지 않고, 실제 지시 집행 여부를 사진 자료로 보고해 올리도록 요구하면서 각급 부대에서는 군관 가족들까지 동원해 음식 준비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실제로 이번 양력설을 앞두고 9군단 소속 부대의 군관 가족들이 군인들에게 제공할 명절 음식 재료를 마련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의 부식 공급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군부대들이 자체적으로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지만, 이것도 역부족이라 결국 또다시 군관 가족들에게 부족분이 할당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군부대 자체적으로는 부식류를 해결하기가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이렇다 보니 애꿎은 군관 가족들이 때마다 개인 인맥까지 동원해 고기류와 반찬류를 준비하느라 바쁘다”고 말했다.

이에 군관 아내들 사이에서는 피로감과 생활상의 곤란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는 전언이다.

군관 아내들은 “설명절 하루만이라도 군인들의 식탁에 오를 음식 준비는 나라에서 해주면 얼마나 좋겠느냐”, “이제는 남편들조차 이를 당연한 일로 여기고 있어 군관과 결혼한 내가 바보 같다는 생각까지 든다”, “몸으로 고생하는 것은 어느 정도 견딜 수 있지만, 경제적 부담까지 떠안는 상황은 더는 감당하기 어렵고 이제는 너무 지친다”라는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이런 불만이 나오는 것은 군관 가족들이 ‘병사의 날’마다 군인들에게 먹일 음식을 마련해야 하는 것도 모자라 동기훈련 기간에는 특히나 부담이 더욱 커지고, 여기에 명절까지 겹치면서 감당해야 할 부담이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당시 군 내부의 보급 여건이 악화한 것을 계기로 군관 가족을 동원해 군부대 급식을 보완하는 관행이 지금껏 지속되면서 군관 가족들의 피로감이 쌓이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군인들이 풍성한 음식을 먹으면 그 뒤에는 군관 가족들의 희생이 따르는 것처럼, 군인들의 식사 수준과 군관 가족들의 고통이 바뀌는 구조가 이미 굳어졌다”면서 “이런 상황이다 보니 매번 지시가 내려오면 군관 가족들의 희생을 통해 집행하는 방식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