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모임 통제하더니, 올해는 기관이 ‘공식 송년회’ 주도… 의도는?

기업소가 술·고기 등 지원하며 송년회 조직… 대신 당 성과 자축하는 등 사상교양 성격 짙어져

북한의 송년 모임/사진=ChatGPT 생성 이미지

북한 기관과 기업소들이 주도적으로 송년회를 기획하고 음식을 지원하는 등 연말 모임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민들의 송년 모임을 사적 모임으로 간주하고 이를 통제하려 했던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30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개천시를 비롯한 주변 탄광기업소에서 최근 기관과 기업소, 작업반 단위별 송년회가 잇따라 조직됐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일(12월 17일)과 김정일의 생모인 김정숙의 생일(12월 24일) 등 북한 국가 정치행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맞춰 단위별 송년회가 마련된 것이다. 

과거의 경우 북한 당국은 연말 송년 모임을 통제에서 벗어난 사적 모임으로 보고 이를 비판과 검열의 대상으로 간주했다. 

때문에 주민들은 가까운 지인들끼리 집에서 은밀하게 송년 모임을 진행했다. 주민들은 송년 모임을 했다는 사실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지만 올해는 기관과 기업소에서 공개적으로 송년회를 조직하는 양상이 나타난 것이다.  

일부 기업소에서는 송년회 날짜를 공지하면서 술과 고기 등 기본적인 음식은 기업소에서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기업소 간부는 “이왕 송년회를 하는 김에 흥겹게 놀 수 있게 자리를 마련해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한 탄광기업소에서는 송년회를 조직하면서 갱(坑) 차원에서 1일당 쌀 1kg, 콩 1kg, 고기 300g, 술 1리터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이 사비를 털어 송년회를 준비하던 과거와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이렇게 기업소가 송년회를 조직하고 지원한 이면에는 송년회가 사적 모임으로 흘러가지 않게 하면서 공개적으로 당과 최고지도자의 업적을 찬양하는 분위기를 형성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탄광기업소가 마련한 송년회에서는 당의 업적을 찬양하는 선전가인 ‘우리 당의 노래’를 부르고 최고지도자의 영도력과 애민 정신을 칭송하는 발언이 이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기관·기업소가 마련한 공식 송년회는 부담 없이 흥겹게 즐길 수 있는 연말 모임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당의 성과를 자축하고 충성심을 다짐하는 사상 교양의 다른 형태가 되고 있다는 얘기다.  

소식통은 “송년 모임을 못하게 막을 때보다는 지금처럼 기업소가 송년회 자리를 마련해주고 음식도 지원해주는 것이 좋지만 마냥 편한 분위기는 아니었다”며 “오히려 기관이 사적인 모임을 다른 방식으로 통제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