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회의 성과는 ‘완수’, 현장은 ‘조정’…북한식 보고의 민낯

[전원회의 분석①] 책임을 피하기 위한 성과 부풀리기 관행, '허풍방지법' 강조에도 달라지지 않는다

<편집자주>
데일리NK는 2025년 12월 전원회의 이후 북한 내부 소식통을 통한 취재 내용을 바탕으로, 이번 전원회의 평가를 3회에 걸쳐 분석합니다. 1회는 성과 보고 구조, 2회는 2026년 농업·탄광·지방발전 과업, 3회는 제9차 당대회 준비와 조직·정치적 의도를 다룰 예정입니다. 공식 발표와 내부 인식의 차이를 통해 북한 정책의 실제 작동 방식을 짚어 보고자 합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7일 연말 전원회의 참가 이후 전국 각 시와 군 당 책임 일꾼(간부)들이 현장정치사업을 힘있게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은 최근 열린 당(黨) 전원회의에서 2025년을 “5개년 계획 완수의 해”로 평가하며 전 분야의 성과를 강조했지만, 내부 간부들 사이에서는 이런 성과 평가가 현장부터 위로 올라가는 과정에서 점차 부풀려졌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22일 데일리NK에 “성과를 있는 그대로 보고하면 책임이 따라오기 때문에, 리(里)·군(郡) 같은 하부 단위에서부터 수치와 표현을 조금씩 높여 올리게 된다”면서 “이런 방식이 오랫동안 반복되면서 이제는 하나의 관행처럼 굳어졌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이어 “현장 간부들은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는 있지만, 중앙으로 갈수록 정치적 성과가 더 중요해진다는 점도 알고 있다”면서 “이에 보고 내용을 점점 더 다듬고 성과도 커지게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식통에 따르면, 전원회의에서는 올해 농업 생산이 지난해보다 늘었다고 평가했지만 농장과 군·리 단위의 실제 수확 상황이 처참한 지역도 적지 않다.

소식통은 “농장마다 기상 조건이나 연료 사정이 달라서 계획을 채우지 못한 곳도 적지 않다”면서 “그런데 성과가 비교적 나은 지역의 수치가 위로 보고되면서 전체 평균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정리된다”고 말했다.

공업 부문 역시 전원회의에서 “상향된 계획을 수행했다”고 평가했지만 실제로 현장에는 계획을 높이라는 압박이 있었다고 한다. 특히 내년 9차 당대회를 앞두고 10월 초부터 각 부문이 이른바 ‘90일 전투’에 들어가면서, 연말 성과를 맞추는 데 힘을 쏟았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기존 설비를 최대한 가동하고 교대 근무를 늘려 연말 실적은 맞췄다”며 “하지만 생산 능력이 근본적으로 개선됐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즉 이런 방식은 단기간 성과를 만드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장기적인 안정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성과 보도를 과장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계획량을 채우지 못하면 책임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번 전원회의에서 당국이 간부들의 무책임성과 소극성을 강하게 지적한 것도 이런 배경과 맞닿아 있다.

소식통은 “성과가 미흡하게 비치면 개인 사업태도 문제로 걸리게 된다”며 “그렇게 되면 단위에도 부담이 돌아오기 때문에, 일정 수준까지는 표현을 끌어올려 정리하는 것이 서로에게 안전한 선택으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보고 과정에서 상급 간부들은 하급 단위에 더 강한 압박을 가하고, 하급 단위는 다시 그 아래로 부담을 넘긴다. 의도적 책임 회피라기보다는, 처벌을 피하려는 방어적 선택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북한 당국은 한편으로는 성과를 강조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간부들의 태도를 문제 삼고 있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이 두 메시지가 함께 작동하면서 보고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더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식통은 “성과 총화는 정치적으로 불가피한 요구이고, 간부들에 대한 비판은 조직을 다잡기 위한 과정”이라며 “다만 이런 방식이 반복되다 보면 현장에서 제기되는 실제 문제들이 뒤로 미뤄지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특히 북한 당국이 이른바 ‘허풍방지법(2022년 9월)’을 내세우며 성과 부풀리기를 경계하고 있음에도, 현장에서는 문제의 근본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책임을 피할 수 없는 구조, 성과가 곧 개인과 단위의 평가로 직결되는 체계가 그대로인 한, 과장된 보고를 완전히 끊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우(위)에서는 허풍을 막으라고는 하지만, 성과가 낮게 제기되면 결국 책임을 져야 하는 건 아래 단위”라면서 “그러다 보니 보고를 현실 그대로 올리기는 쉽지 않게 된다. 책임을 씌우는 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성과를 꾸미는 문제도 함께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전원회의는 올해를 중요한 전환점처럼 설명했지만, 주민들의 일상 체감은 상대적으로 차분하다. 시장 물가와 생활비 부담은 여전히 존재하고, 필수품 공급도 지역과 계층에 따라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생활이 좋아졌다고 하기는 어렵다”며 “그래도 갑자기 더 힘들어지지는 않아서, 다들 그냥 견디고 지내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이는 당국이 내세운 성과와 주민 체감 사이에 일정한 거리가 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