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복장 규제가 드러낸 북한 인권의 현실

이색적인 옷차림, 몸단장과의 투쟁을 강도 높이 벌일 것을 강조하는 북한 내부 동영상 강연자료의 한 장면. 이색적인 옷차림으로 지목된 여성 주민의 모습이 담겨 있다.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주요 도시에서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이 다시 목격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12월 초부터 잠잠했던 청년동맹(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 여성동맹(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 규찰대가 완장을 차고 거리 단속을 재개했다는 것이다. 북한 내부 소식통들에 의하면 이들이 맡은 임무는 청바지, 몸에 밀착되는 바지, 염색한 머리, 긴 생머리 등 이른바 부적절한 복장과 용모를 통제하는 일이다.

노동당은 내년 9차 당 대회를 앞두고 “건전한 사회 환경 조성”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청년들의 복장이 과연 사회 질서와 직결되는 문제인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복장 규제는 학생의 자기 결정권, 개성 표현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등 기본적 인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제 인권 기준에서도 과도한 복장 규제는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행위로 평가되며, 시대 흐름에도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다.

북한은 오래전부터 청년층의 ‘건전성’ 제고를 명분으로 용모 규정과 복장 지침을 세세하게 마련하고 위반 시 물리적 제재를 가하는 관행을 지속해 왔다. 특히 여성의 경우 ‘조선(북한) 여성의 미풍양속’을 이유로 머리 길이, 스타킹 색상, 치마 길이, 속옷 색상과 형태까지 규정하는 등 개인적 선택의 여지를 매우 제한해 왔다. 단체복 착용을 강제하거나 비규정 복장을 압수하는 등의 조치도 일상화되어 있다는 증언도 꾸준히 나온다.

이번 단속에서 청바지와 몸에 밀착되는 바지를 주요 대상으로 삼은 부분도 논란을 낳고 있다. 특정 복장이 개인의 ‘사상 문제’로 직결된다는 발상 자체가 설득력을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복장은 개인 취향과 기후·활동 조건 등 현실적 요인에 따라 선택되는 것으로, 이를 정치적 문제로 치환하는 접근은 시대 흐름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복식은 인간의 신체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기본적 생활 요소로, 어느 사회에서든 자율성이 존중되어야 한다. 최근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종교적 이념에 기반한 복장 강제가 국제사회에서 인권 문제로 다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북한의 과도한 복장 규제 역시 국제 인권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북한 당국은 국제사회의 변화 흐름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청년과 여성의 최소한의 인권을 보장하고, 개성과 선택의 자유가 존중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후, 건강, 활동 환경 등 현실적 요소를 반영한 유연한 기준 마련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과도한 복장·용모 제한과 이를 근거로 한 단속 활동은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임을 인식하고 즉각 중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