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겨울철 백두산 답사행군을 독려하면서 주민들의 부담과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혁명전통 체득’, ‘백두의 칼바람 정신 학습’을 내세우고 있지만, 주민들은 “돈을 들여가며 고생을 사서 할 일인가”라며 냉소를 보내고 있다.
12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신의주시의 당, 근로단체 등 각급 단위에서 겨울철 백두산 답사행군이 조직되고 있다.
북한 당국은 이를 높은 정치적 열의에 의한 자발적인 참가로 포장하고 있으나 주민들은 사실상 ‘추천’이라는 허울 아래 거부하기 어려운 정치적 동원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소식통은 “주민들 누구도 이게 진짜 자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추천을 받으면 정치적 성격상 빠지기 어렵고, 빠지려면 또 다른 부담을 져야 하니 반강제적이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실제 참가자들의 고충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두산이 있는 양강도 일대는 한겨울에 영하 20~30도까지 떨어지는 지역인데, 답사대는 이른바 ‘칼바람 정신’을 체험한다는 것으로 맹추위 속 강행군을 이어가야 한다.
지난달 답사를 다녀온 한 신의주시의 한 청년은 “가뜩이나 얼어든 얼굴이 바람에 스치면 살이 베이는 것 같다”며 “겨울철 백두산은 답사가 아니라 사실상 군사훈련에 가깝다”고 소감을 전했다.
마찬가지로 지난달 답사에 참가한 신의주시의 한 청년동맹 간부 역시 “군 복무 시절 여름철 백두산 답사를 했을 때는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겨울은 전혀 다른 수준이었다”며 “그때는 다 같은 군인들이라 돈 문제로 자존심 상할 일도 없었는데, 이번엔 누가 얼마 내고 어떤 옷을 준비했는지가 평가 기준처럼 느껴져 더 싫었다. 추위와 돈, 둘 다 감당이 안 돼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말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이게 한두 사람만의 얘기가 아니다”라며 “다녀온 사람들은 거의 이런 후기를 솔직히 전하고 있는데, 이런 이야기를 듣고서도 자발적으로 나서겠다는 사람은 결국 현실을 잘 모르는 사람이거나 자기 목적이 따로 있는 경우뿐”이라고 했다.
답사에 드는 비용 부담은 주민들의 핵심적인 불만 요소다. 답사에 필요한 단체복, 도시락, 이동 비용 등이 모두 개인 부담이며, 기본적으로 약 100달러는 있어야 한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여기에 답사지에서 현지 음식을 사 먹거나 기념품이나 특산물을 사는 것까지 고려하면 실제 지출은 150~200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소식통은 “이런 상황이다 보니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도 아니고 왜 이렇게 큰돈을 써가며 고생을 사서 하겠냐. 그럴 바엔 차라리 안 가는 게 낫다’라는 말들이 주민들 속에서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각급 단위는 충성심 보여주기에 바빠 답사대 조직에 더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소식통은 “요즘 정치사업 비중이 높아지면서 백두산 답사 실적은 그 단위의 충성심과 정치적 태도를 평가하는 또 하나의 기준이 되고 있다”며 “위에서는 조직하려 하고 아래에서는 빠져나가려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답사대 추천 명단에서 빠지기 위해 관련 간부들에게 은밀히 뇌물을 건네는 사례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조직생활이라는 강제 틀이 없다면 겨울철 백두산에 가겠다고 할 사람은 솔직히 없을 것”이라며 “백두산 답사행군이 원래는 혁명전통 학습이 핵심이지만, 지금은 단위별 충성심 경쟁과 주민들의 회피가 동시에 나타나는 구조로 굳어지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