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송년회도 ‘사상 해이’라며 통제…“이 정도도 못 하면…”

9차 당대회 앞두고 작은 일도 크게 키워 문제 삼는 분위기…김정숙군 한 여맹 조직은 사상투쟁회도 열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1년 2월 20일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여맹)의 궐기대회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연말을 맞아 북한 각지에서 소규모 송년 모임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적 친목 모임조차 사상적 해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통제되고 있어 주민들 속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4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말 김정숙군 읍 여맹(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원 10여 명이 1인당 쌀 1kg을 모아 송년회를 열었는데, 이것이 군(郡) 여맹에 보고되면서 결국 사상투쟁회 무대에 서게 됐다.

이 일은 해당 여맹원들이 속한 여맹 조직의 생활총화 시간에 다른 한 여맹원이 “9차 당대회를 앞두고 온 나라가 들썩이는데 무슨 송년회냐”라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여맹원들의 생활총화를 지도하기 위해 당시 그 자리에 참석했던 여맹일꾼이 이 일을 알게 되고 군 여맹에 보고를 올리면서 공론화됐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송년회라고 해봤자 아주머니들이 떡이나 농마(감자녹말)국수, 꽈배기 같은 것들을 만들어서 먹고 노래나 부르는 정도”라며 “한 해가 잘 풀린 사람들은 나름의 기쁨을 나누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힘든 한 해가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며 서로 위로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모임은 매년 3·8절(국제 여성의 날)이나 연말 무렵이면 반복되는 평범한 일이고 오랜 관행처럼 이어져 온 것인데, 올해는 9차 당대회를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이런 사소한 모임조차 사상 해이로 비판을 받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실제 사상투쟁회에서는 “들끓는 현실과 동떨어진 행위다”,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다”라는 등의 비판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여맹원들은 “이런 정도의 모임도 못 하면 언제 숨을 쉴 수 있나”라며 이렇게 소규모 사적 모임조차 통제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소식통은 “여맹원들은 끼리끼리 모여 ‘여맹에서 맨날 노력 동원하고 세부담만 시키지 해준 건 하나도 없는데 내 돈으로 내가 떡을 해서 나눠 먹은 것도 문제냐’, ‘범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지 모르겠다’라면서 반발감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일부 여맹원들 속에서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는 작은 일도 괜히 크게 문제 삼는 경향이 짙다”라는 뒷말도 나왔다. 9차 당대회를 앞두고 사상적으로 긴장된 태세를 유지하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보니 각 조직에서 사소한 일도 ‘사상 해이’로 엮어 문제 삼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한편에서는 “여맹일꾼들이 실적을 내려고 일부러 문제를 더 키운다”라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이번에도 생활총화 지도 나온 여맹일꾼이 괜히 ‘중대한 문제’라고 군 여맹에까지 올리면서 일이 더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일부 여맹원들은 이번 사안이 생활총화에서 비롯된 것을 두고 “이제는 겁나서 생활총화도 제대로 못 하겠다”며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이에 조직생활 전반에 대한 냉소가 확산하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