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파병 전사자 ‘자폭 영웅담’ 교양…“목숨 바치면 영생”

영웅으로 미화하면서 영생론까지 결합해 군인 충성심 고취…"자폭 용사 따라 배우자" 구호까지 등장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월 22일 “조선인민군 해외작전부대 지휘관, 전투원들에 대한 국가표창수여식이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진행됐다”며 “수여식에는 해외군사작전에서 특출한 공훈을 세운 지휘관, 전투원들과 열사들의 유가족들이 참가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군 당국이 최근 러시아 파병 전사자들의 ‘자폭 영웅담’으로 교양 사업을 진행하며 “목숨을 바치면 영생을 누린다”는 식의 극단적 희생정신을 군인들에게 반복 주입하고 있다. 이는 충성심 고취를 노린 체계적 사상학습의 일환이라고 소식통이 전해왔다.

24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군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군은 일주일에 최소 두 차례 이상 정치상학 시간을 통해 러시아 전쟁에서 자폭을 선택한 파병 북한군 전사자들의 ‘영웅적 위훈’을 강조하고 있다.

핵심은 최고사령관(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명령을 받들기 위해 스스로 한목숨을 바친 군인들의 충성심을 강조하는 것이며, 이와 함께 “로씨야(러시아)군도 해내지 못한 특출한 전과를 달성했다”라는 식의 선전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북한군은 특히 “목숨을 바치면 영생을 누린다”면서 군인들의 희생을 노골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자폭 용사들을 따라 배우자”라는 새로운 구호까지 등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교양 사업의 방식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죽음을 불사하면 영생한다는 식의 표현은 확실히 강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 당국은 전장에서 목숨을 잃은 군인을 ‘결사(決死) 정신으로 최고지도자의 명령을 받든 영웅’으로 미화하고 있는데, 이는 군인 개개인의 생존권은 보장되지 않은 채 희생이 강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목숨을 바치면 영생한다”는 말은 김일성·김정일 시대부터 이어져 온 수령 영생론과도 같은 흐름에 있다. 선대 지도자를 초월적 존재로 끌어올리고, 그와 결속된 충성을 ‘영생’이라는 종교적 개념으로 포장해 개인의 희생을 미덕으로 강요하는 식이다.

소식통은 “요즘 군대에서 하는 말들을 들어보면 로(러)-우 전쟁 자폭 영웅담과 죽음을 각오하라는 것이 다 엮여 있는데, 이는 결국 군인들의 생명은 안중에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여기에 영생론까지 끼워 넣으면서 죽음 자체를 충성의 증표로 만들려는 분위기가 더 강해지고 있다”고 했다.

군 내부에서는 이런 교양이 전적으로 결속과 충성심 제고를 위한 것이라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군 간부들도 대외 선전은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TV에서 하는 것이고, 이런 교양 사업은 내부 조직적으로 충성심을 다지기 위한 것이라 말하고 있다”며 “교양에서는 로씨야 전쟁 참가의 의미는 ‘조로(북러) 친선 강화’ 수준에서 언급될 뿐이고, 최고사령관 동지의 신임에 보답하는 투철한 충성의 실천이 가장 핵심적으로 강조된다”고 말했다.

한편, 20대 초반의 군인들은 이 같은 교양 사업에 의례적으로 참가하며 대체로 체념하는 분위기로 전해졌다. 다만 일부 군인들은 오랜 세월 반복된 세뇌 교육의 영향으로 충성심과 희생 의지를 표출하기도 한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군 내부에서는 이런 식의 반복적인 교양으로 군인들의 참전 의지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감지된다.

소식통은 “군 간부들도 몇십 년째 동일한 방식으로 지속돼 온 교양 사업이 100% 성공할 것이라 보지는 않는다”면서 “중요한 것은 군인들이 실제로 전장에 나가 목숨을 내놓을 수 있느냐인데, 이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교양 사업의 방식이나 내용 조정도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이상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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