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지 않고 사서 쓴다”…北 도시에선 구멍탄 구매가 ‘대세’

제작 번거롭고 말릴 장소도 부족…품질·편의 좇아 시장에서 완제품 구매하려는 주민들 늘어나

북한 주민들이 사용하는 월동용 구멍탄. /사진=데일리NK

북한 전역이 월동 준비로 들썩이는 가운데, 평안북도 신의주시와 같은 도시에서는 올해 구멍탄을 직접 만드는 쓰는 세대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구멍탄을 직접 찍는 게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닌 데다 말릴 장소도 마땅치 않아 아예 시장에서 완제품을 사는 주민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12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신의주시에서는 세대별 월동 준비가 한창인데, 겨울용 연료인 구멍탄을 직접 만들어 쓰는 세대를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이전에는 9~10월 사이에 집마다 석탄가루를 사다가 틀에 찍어 만든 구멍탄을 집 앞마당이나 공터에 쌓아 놓고 말리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주민 대부분이 시장에서 구멍탄 완제품을 구매하는 추세라고 한다.

소식통은 “올해 유독 가을비가 많이 내려 기후적으로 구멍탄을 찍어 말리기가 어려웠고, 도시 미화 사업의 일환으로 공터들이 화단으로 꾸며지면서 구멍탄을 말릴 만한 장소도 부족해진 게 주민들이 구멍탄을 직접 만들지 않게 된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석탄가루를 사다가 구멍탄을 직접 찍으면 연료비를 상당 부분 절약할 수 있다. 세대별로 겨우내 많게는 수백장 이상의 구멍탄을 쓴다는 점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비용 차이다.

하지만 제작에 드는 수고와 말려 둔 구멍탄을 도둑맞지 않으려고 밤낮 경비를 서야 하는 번거로움을 생각하면 시장에서 구멍탄 완제품을 사서 쓰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더욱이 시장에서 판매되는 구멍탄은 건조가 잘 돼 있고, 직접 만드는 것보다 품질이 좋아 화력도 높으며, 일산화탄소도 적게 발생하는 등 여러모로 장점이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각 지역 연료사업소가 전문적으로 생산한 구멍탄의 공급량이 증가한 것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개인이 만든 것과는 달리, 전문 생산 공정을 거친 구멍탄은 품질의 균일도와 안정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주민들의 선호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다만 경제적인 여건상 시장에서 구멍탄을 사서 쓰는 것이 부담스러운 일부 주민들은 여전히 석탄가루를 사서 때마다 필요한 구멍탄을 직접 만들어 쓰고 있다는 전언이다.

문제는 주민들이 그때그때 찍어 내면서 건조가 덜 된 구멍탄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덜 마른 구멍탄은 연소 효율이 극히 떨어져 화력이 약할 뿐만 아니라 치명적인 유독가스를 배출할 확률이 높아 주민들의 생명에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소식통은 “생활이 어려운 집일수록 질이 나쁜 구멍탄을 쓸 수밖에 없기 때문에 탄내(일산화탄소 중독) 사고 위험에 더 크게 노출돼 있다”며 “가뜩이나 돈이 없어서 월동 준비도 제대로 못 하는데 이런 사고 위험에까지 놓이게 되는 현실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경제적 격차에 따른 연료 확보 방식의 차이는 ‘안전의 불평등’이라는 사회적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