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행 어려워져 ‘다른 길’ 찾아 도망친 탈북민 여성, 결국…

감시·억압의 굴레에서 벗어나 새 삶 살기 위해 다른 중국인 남성 만나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2019년 2월 중국 지린성 투먼시 국경 근처 마을. 맞은편에는 북한 함경북도 국경 지역이 보인다. /사진=데일리NK

최근 중국 랴오닝성에서 한 탈북민 여성이 살던 집에서 도망쳐 나왔다가 중국인 가족들에게 붙잡혀 무자비하게 폭행당하는 일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여성은 과거 두 차례 한국행을 시도했다가 실패했고, 이번에는 중국에서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집을 나온 것이었으나 이마저도 성공하지 못했다는 전언이다.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4일 데일리NK에 “지난달 말 랴오닝성 차오양시에 사는 30대 탈북민 여성 A씨가 살던 집에서 뛰쳐나왔다가 중국인 가족들에게 붙잡혀 온몸이 성한 곳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심한 폭행을 당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A씨는 20대 초반 인신매매로 중국에 팔려 와 중국인 남성과 강제결혼을 한 뒤 10년 동안 두 자식을 낳고, 고된 집안일을 도맡아가며 사실상 ‘식모살이’를 해왔다.

그는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고 싶어 했지만, 중국인 남편은 생활비조차 제대로 주지 않았다. 심지어 A씨는 “스스로 돈을 벌어 가족들에게 보내겠다”며 집 밖으로 나가게 해달라 요구했으나 중국인 남편은 이마저도 들어주지 않았다.

중국인 남편은 물론 그 가족들은 행여나 A씨가 도망치지 않을까 내내 의심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런 상시적인 감시와 통제에 지친 A씨는 한국행을 결심하고 실행에 옮겼다. 하지만 2023년과 2024년, 두 차례의 한국행 시도는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이후로 A씨에 대한 중국인 남편과 가족들의 감시는 더욱 심해졌다. 이에 정신적으로 한계에 다다른 그는 한국행 대신 중국 내에서 다른 남성을 만나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

실제 A씨는 지인을 통해 생활 수준이 비교적 괜찮은 한 중국인 남성을 소개받았고, 지난 7월 말부터 남몰래 위챗(WeChat·중국 메신저)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관계를 이어 왔다. 이 남성은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매년 돈을 보내주고, 지금 사는 집에서 나오는 날 1만 위안을 주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줄곧 도망칠 기회를 엿보다 지난달 말 아무도 모르게 집을 몰래 빠져나왔는데, 그런 그를 한 마을 주민이 목격하고 가족에게 알리면서 이내 붙잡히고 말았다.

소식통은 “탈북민 여성이 있는 마을은 온 동네 사람들이 감시자 역할을 하고 있다”며 “그래서 탈북민 여성들이 특히 늦은 밤이나 새벽에 혼자 집을 나서면 단박에 한국행으로 알아차리고 가족들에게 연락하거나 공안에 신고한다”고 말했다.

이는 비단 A씨만의 사례가 아니며, 중국에 거주하는 수많은 탈북민 여성이 중국인 남편과 가족들의 감시와 통제, 억압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더욱이 탈북민 여성들은 중국인과 결혼해 살더라도 불법체류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신분을 얻기 위해 한국행을 하다가 붙잡히면 심한 폭행을 당하거나 공안 당국에 의해 강제북송될 위험에도 놓여 있다고 소식통은 지적한다.

소식통은 “중국에서의 삶이 만족스럽지 않은 탈북민 여성들은 하루라도 빨리 한국에 가고 싶어 하지만 그게 쉽지 않으니 차라리 중국에서 다른 남성을 만나서라도 새로운 삶을 살려고 한다”며 “한국행이 더 어려워지고 있으니 탈북민 여성들의 삶이 점점 더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