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보다 생계가 먼저인 北 학생들…각종 집안일에 내몰려

구멍탄 찍기·장삿짐 나르기·물 긷기·나무 패기 등…육체적으로 힘드니 정작 학교 수업 집중 못해

북한 함경북도 남양노동자구 시내에 있는 학교 운동장에 아이들이 모여 있는 모습. /사진=데일리NK

북한의 많은 학생들이 어려운 집안 사정에 구멍탄을 찍거나 부모의 장삿짐을 나르는 등 각종 허드렛일에 내몰리고 있다. 일을 하다 다치는 경우도, 일 때문에 정작 학교 공부는 뒷전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전언이다.

3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요새 워낙 형편이 어렵다 보니 자식들에게 각종 집안일 부담을 지우지 않는 세대가 거의 없다”며 “생존을 위해서라면 가정의 일을 자식들도 나눠서 담당해야 하는 현실에서 ‘학생의 본신(본연) 임무는 학습’이라는 구호는 무색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회령시의 한 고급중학교(고등학교) 학생은 하교 후 집에 돌아가 취사에 필요한 구멍탄을 찍다가 발톱이 문드러지는 큰 부상을 입었다. 하지만 집에 변변한 연고나 약이 없어 이 학생은 그냥 천 조각으로 발가락을 감싸는 대처만 했다고 한다.

북한에서 이런 일은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찮아 시장에서 겨울용 연료를 구매하기 어려운 주민들은 직접 석탄가루를 버무려 구멍탄을 찍는데, 이 일에 자식들을 동원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구멍탄 찍는 일은 힘이 들기도 하고 온몸이 탄가루로 뒤덮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제일 싫어하는 일이지만, 생계를 위해서라면 아이들도 모두 동원돼서 가능한 한 많이 구멍탄을 찍어내야 한다”며 “이렇게 직접 찍어낸 구멍탄으로 집안을 뜨뜻하게 하는 건 어렵고, 그저 밥을 짓는 정도인데 이것마저도 없는 집에서는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다. 장마당에서 장사하는 부모를 둔 학생들은 무거운 장삿짐을 나르는 일에도 동원된다. 물론 무거운 짐을 옮기다 다치는 일도 잦다.

소식통은 “아이들이 새벽에 일찍 일어나 부모와 함께 장삿짐을 싸서 나르고 장(場)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나가서 또 장삿짐을 구루마에 실어 나르는 것을 도와주기도 한다”며 “부모가 아프거나 하면 이런 허드렛일은 오롯이 그 자식들의 몫이 된다”고 했다.

이러다 보니 학생들이 학교에 가더라도 각종 집안일로 쌓인 피로 때문에 제대로 수업을 받지 못한다고 한다.

소식통은 “오전 수업이 끝나면 학교에서 제기되는 각종 동원에도 참가해야지, 그 이후에는 이런저런 집안일까지 거들어야지, 그야말로 학생들은 하루가 모자랄 정도로 바쁘게 지낸다”며 “육체적으로 힘들다 보니 정작 수업 시간에 책상에 머리를 박고 잠을 자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일부 학생들은 주요 과목이 아니거나 엄격하지 않은 교사의 수업 시간에 학급반장에게 슬쩍 이야기하고 학교를 벗어나 수돗물이 나오는 곳에 가서 물을 긷거나 산에 올라가서 나무를 패는 등 집안의 생계를 위해 필요한 잡일들을 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학생들이 워낙 많다 보니 담임 교사들도 ‘일단 학교에는 나오고, 중간중간 눈치껏 다녀 오라’는 식으로 눈감아 주는 게 현실이다.

소식통은 “가정의 생계가 걸린 문제니 담임 교사들도 크게 뭐라 못 한다”며 “학생들이 학교 공부보다 생계에 먼저 뛰어드는 게 이제는 당연한 일처럼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