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분배 앞둔 농민들의 한숨…자율성 잃은 농촌의 악순환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7일 개천시 간부들과 농장원들이 낟알털기를 다그치면서 건조 대책을 철저히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황해남도 삼천군 탑평농장. /사진=노동신문·뉴스1

분배를 앞둔 북한 농촌에서 농민들이 극도로 열악한 경제 상황에 농장 곡물을 미리 가져다 먹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최근 평안남도 소식통은 이 같은 농촌의 현실을 전하며 분배를 받아도 남는 것이 거의 없어 다가오는 겨울을 걱정하는 농민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평안남도 문덕군의 20여 개 농장 농민들 대부분은 크고 작은 빚을 지고 있다. 이 때문에 수확 이후 분배를 받아도 겨울을 무사히 날 수 있는 농민은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한다. 특히 약 20%의 농가는 분배만으로는 빚을 갚기 어려워 설이 지나면 ‘절량(絶糧)세대’(곡물과 돈이 떨어진 세대)로 전락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북한의 농민들은 한 해의 소득을 수확 후 분배 체계를 통해 일시적으로 받는다. 즉, 도시의 근로자들처럼 정기적으로 임금을 받지 못하고, 연 1회 분배에 의존해 살아가는 구조다.

일반적으로 농촌에서는 수확 후 일정 기간 경제적 여유를 누리지만, 북한 농민들에게는 풍년도 잠시의 안도감조차 주지 못한다. 옛말에 “풍년이 들면 강아지 주둥이에도 밥꽃이 핀다”고 했지만, 지금의 북한 농촌은 그와는 정반대의 현실이다. 아무리 절약하며 살아도 설 무렵이면 현금과 곡식이 바닥나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농민들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농민들이 1년 내내 논밭에서 피땀을 흘리고도 결핍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토지 소유권 부재로 인한 불안정한 삶이 문제다. 해방 이후 일시적으로 분여 받은 토지는 ‘협동화가 더 좋다’는 노동당의 선전 아래 농장에 귀속되었다. 그 결과 농민들은 토지에 대한 자율권을 잃고, 정부와 농장이 일률적으로 정한 분배 몫만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둘째, 경직된 분배제도와 빚의 악순환 구조가 문제다. 농민들은 자율적인 경제활동이 불가능한 체제 속에서 분배, 빚 청산, 생존을 동시에 감당해야 한다. 농장들은 국가의 실질적 투자를 받지 못한 채 ‘나라 쌀독의 주인’ 역할을 강요받으며 자력갱생을 강요당하고 있다. 여기에 각종 계획 과제와 국가 명목의 수탈이 더해져, 농장과 농민 대부분이 빚더미에 올라 있다. 결과적으로 분배를 받아도 우선 빚을 갚는 데 써야 해 생활이 더 나아질 여지가 거의 없다.

결국 북한의 농민들은 ‘당과 국가의 소작농’에 불과하다. 아무리 성실히 일해도, 노동당이 부과한 높은 생산계획을 달성하지 못하면 의무 수매와 처벌의 공포에 시달린다. 이는 곧 “열심히 일해도 굶을 수 있다”는 불안정한 삶으로 이어진다.

북한 노동당은 말로만 ‘농촌진흥’을 외칠 것이 아니라, 농장과 농민이 자율적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농업 분야에 대한 실질적 투자와 개방적인 지원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가 이루어질 때만이 농촌 경제가 활성화되고, 농민의 삶의 질 전반이 향상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