옅은 색 손톱 매니큐어로 은근히 꾸미는 ‘소박한 단장’ 유행

눈에 잘 띄지 않아 단속을 피하면서도 존재감은 드러내…"매니큐어는 사치 아닌 하나의 자기 표현"

이색적인 옷차림, 몸단장과의 투쟁을 강도높이 벌일 것을 강조하는 북한 내부 동영상 강연자료의 한 장면. 이색적인 옷차림으로 지목된 여성 주민의 모습이 담겨 있다.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의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옅은 색의 손톱 매니큐어를 바르는 ‘소박한 단장’이 유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의 단속을 피할 수 있는 은근한 꾸밈을 통해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려는 여성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전언이다.

31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요즘 여성 청년들 속에서 연한 미색이나 연분홍색 손톱락크(매니큐어)를 바르는 것이 유행”이라며 “이런 색의 손톱락크를 바르면 손이 깨끗하고 건강해 보이면서도 눈에는 잘 띄지 않아 단속에도 걸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진한 색은 단속에 걸리기 십상이기 때문에 단속원이 보이면 곧장 집으로 가서 아세톤으로 지워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요새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옅은 색의 매니큐어를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매니큐어는 시장에서 작은 병 단위로 북한 돈 5000원에서 1만원 사이에 판매되고 있다. 여성들 대부분은 치장하는 데 이 정도 돈은 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여성 중에서도 이런 손톱 유행에 가장 민감한 계층은 학생들이다.

소식통은 “여성 대학생들은 거의 모두가 손톱락크를 바른다”며 “대학생이 아닌 일반 여성들은 귀걸이나 목걸이를 차도 단속되지 않지만, 대학생들은 학교 규정상 이런 장식품을 착용할 수 없어 대신 손톱락크에 더 관심을 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초·고급중학교(중·고등학교) 학생들도 손톱 매니큐어칠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통제는 여전히 엄격하다. 소식통은 “얼마 전 혜산시의 한 고급중학교(고등학교) 여학생이 언니가 쓰던 손톱락크를 바르고 와 친구들에게 자랑했다가 학교 청년동맹 지도원에게 혼쌀(혼쭐)난 일이 있었다”며 “그 학생이 간부 집 자식이라 그 정도에서 끝났지, 보통이면 사상투쟁회에 회부될 일”이라고 했다.

실제 당국은 자라나는 새 세대가 ‘불패의 사회주의 국가’를 떠받치는 세대로 성장해야 한다면서 학생·청년들에 대한 사상교양을 강화하고 있다. 사회주의 생활양식에 맞는 몸단장을 해야 한다는 것도 중요하게 강조되는 요구 중 하나인데, 이와 관련해 북한은 ‘청년교양보장법’ 제41조에 우리 식이 아닌 이색적인 옷차림과 몸단장을 청년들이 하지 말아야 할 행위로 규정해 놓고 있다.

그럼에도 단속을 피해 자신을 꾸미려는 여성 청년들의 욕구는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소식통은 “손톱을 예쁘게 가꾸는 것만으로도 큰 만족감을 얻는다고 말하는 여성들이 많다”며 “요즘 여성 청년들에게 손톱락크는 사치가 아니라 자신을 치장해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하나의 자기 표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