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앞두고 일산화탄소 경보기 각광…“생명 지켜주는 보배”

가스 중독 예방 장치로 입소문…경제력 있는 주민 중심으로 판매돼 취약계층은 여전히 위험에 노출

북한 주민들이 사용하는 월동용 구멍탄. /사진=데일리NK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북한 주민들 사이에 중국산 일산화탄소 경보기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겨울철 일산화탄소로 인한 중독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필수 안전용품이라는 인식이 생겨나면서 주민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17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최근 혜산시의 경제력 있는 주민들을 중심으로 중국산 일산화탄소 경보기가 잘 팔리고 있다”며 “겨울철 난방이나 취사용에 탄을 사용하는 가정이라면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경보기는 실내 공기 중 일정 농도 이상의 일산화탄소를 감지하면 경보음을 울려 중독이나 질식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다. 현재 팔리고 있는 경보기는 2년 전 견본 형태로 처음 시장에 등장했고, 최근에는 본격적으로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매해 겨울이면 가스 중독으로 온 가족이 병원에 실려 가거나 심한 경우 사망자까지 발생하는데 이것만 집에 있으면 가스가 찼을 때 경보음이 울려 즉시 알아차리고 환기를 시킬 수 있으니 크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북한에는 여전히 석탄을 겨울철 난방과 취사에 사용하는 주민들이 많아 해마다 겨울이면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사고의 주된 원인은 시장에서 판매되는 석탄의 품질 저하 때문인데, 불순물이 많이 섞인 석탄일수록 불완전 연소가 일어나 일산화탄소 배출이 늘어난다. 또 겨울철 굴뚝이 얼어붙어 일산화탄소 가스가 실외로 원활하게 배출되지 못하는 현상도 사고 발생의 한 원인이다.

더욱이 주민들은 비싼 연료비를 아끼려 환기를 거의 하지 않는데, 이 역시 사고를 부추기고 있다. 잠깐이라도 문을 열어놓으면 찬바람이 들어와 집안이 금세 냉각돼 다시 따듯하게 데우려면 그만큼 연료를 써야 한다. 이에 대부분 환기를 제대로 하지 않고 생활하다 보니 실내에 일산화탄소 가스가 쌓여 중독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 일부 밀무역 업자들은 중국산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들여와 시장에 선보이기 시작했다. 낯선 장치에 처음에는 주민들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일부 사용해 본 주민들 사이에서 “이것만 있으면 가스 중독으로 인한 사고나 사망은 막을 수 있다”는 호평이 자자해 점점 관심 갖는 주민들이 생겨났다.

실제로 경보기를 사용해 본 주민들은 “경보기가 있어 마음을 놓을 수 있다”, “가족의 생명을 지켜주는 보배다”라며 큰 만족감을 드러냈고, 이런 긍정적인 평가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수요가 급증했다.

이에 일부 밀무역 업자들은 지난달부터 중국산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대량으로 들여와 혜산 시장은 물론 다른 내륙 지역에도 도매로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가격이 높다 보니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계층을 중심으로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경보기 한 대 가격은 약 110위안으로, 경제력이 있는 주민들에게는 큰돈이 아니지만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가는 주민들에게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라며 “결국 돈 있는 사람들은 돈으로 안전을 지키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생명이 위험한 상황에 그대로 놓이는 게 지금의 현실”이라고 했다.

그는 “먹고 살 만한 세대에 경보기가 없으면 이상할 정도로 경보기가 하나의 추세(유행)로 되고 있다”며 “돈 있는 사람들은 돈도 잘 벌고 갈수록 생활 수준도 높아지는 반면, 어려운 사람들은 먹고 살기 위해 아등바등해도 더 어려워지기만 하니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