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에 갇힌 인권] 중국행 北 노동자 통제·착취 더 강화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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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NK는 중국, 러시아 등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의 인권 실태를 조사하고, 이를 보도하고자 합니다. 현재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노동자 파견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또 앞으로 이를 더 강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데일리NK는 북한 당국의 외화벌이 수단이 된 주민들이 해외에서 정치적, 경제적으로 억압된 채 인권을 유린 당하는 사례들을 수집·취재해 국제사회에 전함으로써 그들의 인권이 개선되고 상황이 변화되는 데 조금이나마 이바지하고자 합니다.
북한 여성 노동자 수십 명이 지난해 5월경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에 위치한 금강산공원에 나들이 나온 모습. /사진=데일리NK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중 이후 북한이 중국에 더 많은 노동자를 보내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북한은 외화를 벌어들이고, 중국은 저렴하고 숙련된 인력을 확보하려는 모습이다.

15일 복수의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최근 수산물 가공·봉제 공장을 중심으로 추가 노동자 파견을 준비하고 있다. 내각과 각 기관이 부문별로 실무를 맡아 이미 내부적으로 준비가 한창이라고 한다.

특히 이번에 파견될 노동자 선발은 과거보다 훨씬 까다로워졌다는 전언이다. 해외 파견 경험이 있는지, 기술력이 있는지, 건강 상태와 충성심이 어떤지 등을 더욱 꼼꼼히 따진다는 것이다. 또 신원조회 범위가 주변 친척과 동료까지 기존 5명에서 8명으로 늘었다고도 전해진다.

한 소식통은 “요즘은 해외 파견 나가는 사람만 보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을 추천한 기관과 가족까지 같이 책임을 지우는 분위기”라면서 “예전엔 문제가 생기면 1~2년 정도만 경제적·정치적 불이익을 받았는데, 이제는 3~5년까지 늘릴 수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이전과 같이 출국 전 사상 교육을 받고 비밀 유지 서약과 충성 선서 등을 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교육의 주기가 더 빡빡해졌고, 여기서는 규정을 어기면 무거운 처벌이 이뤄질 것이라는 점이 더 강하게 강조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소식통은 “2024년부터 전자장비 감시에 관한 교육이 추가됐고 올해 들어서는 SNS 사용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다”면서 “또 하나의 가장 중요한 금지 사항은 중국 당국이나 대방(무역업자)와의 불필요한 접촉”이라고 했다.

북한 당국은 이 같은 교육을 반복하면서 노동자들의 경각심과 공포심을 극대화하는 모습이다.

이 소식통은 “원수님(김 위원장)의 외교적 노력으로 조중(북중)관계가 개선된 상황에서 작은 사고나 불미스러운 일이 나면 안 된다고 보고 있다“면서 ”그래서 이번엔 출국 전부터 단단히 채비시키는 방향으로 교육을 반복해서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 당국은 관리자도 보위기관이나 군(軍) 출신의 경력이 있는 사람을 우선 임명하도록 해 파견 현장에서 노동자들에 대한 감시·통제력을 높이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또 신고-포상 체계를 강화해 노동자들을 보다 촘촘하게 감시하려 하고 있다. 포상 제공으로 노동자들의 신고를 장려하는 식으로 현장 곳곳에 ‘눈과 귀’를 심어두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노동자들의 이탈을 아예 싹부터 막겠다는 의도가 뚜렷해 보인다”면서 “기존보다 한층 강력한 ‘감시자–감독자’ 체계를 만들어 노동자들을 더욱 강하게 통제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래픽=데일리NK

中도 北 노동자 ‘환영’…대북제재 결의 위반 논란 속 노동자 권리는 ‘뒷전’

한편, 중국 수산업계와 지방 정부는 북한의 노동자 확대 파견에 이미 환영의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랴오닝성의 한 수산물 공장 관계자는 “현재 랴오닝성에 800명 정도가 일하고 있는데, 조선(북한)이 인원을 잘 보장해 주면 1~2년 안에 3배 이상으로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업체들이 북한 노동자를 선호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임금은 낮은데 숙련도는 높고 규율 또한 잘 지키기 때문이다. 중국 지방 정부 내에서도 인건비와 관리비를 줄일 수 있는 최적의 인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북한의 신규 노동자 파견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2397호) 위반에 해당한다. 이에 북한과 중국은 유학이나 연수, 또는 간접계약 등으로 지적을 피하는 방식을 꾀하고 있다.

노동자 인권 침해 문제에 대해서도 “계약상 합의한 조건을 지킨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북한 관리자가 노동자 개개인의 임금을 관리하고, 이에 노동자들은 권리를 주장하거나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증언이 나온다.

중국 수산물 가공공장 내 북한 노동자의 강제노동 문제를 다룬 데일리NK AND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노동자의 월급은 지정된 북한 당국의 계좌로 일괄 지급된 후, 약 80%가 국가 몫으로 제외되고 난 나머지가 노동자들에게 돌아간다. 관련 업계의 중국인 관리자는 “계약한 금액은 북측 지정 계좌로 일괄 지급되며, 노동자 개인에게 직접 지급하지 않는다”고 설명한 바 있다.

중국 수산물 가공공장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도 “(소문에) 공장에서 받는 금액은 3000위안 이상인 것 같은데, 내가 받는 금액은 300~500위안”이라며 “신경질 나지만 (강제로) 돌려보낼 것 같아 참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미주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연구원은 본보에 “최근 북중 정상회담은 양국의 전략적 밀착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면서 “국제 제재로 인해 합법적 외화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북한의 해외 노동자 파견 확대가 가시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노동자 수가 늘어날수록 북한은 임금의 국가 귀속 비율을 높이고, 현지 노동자에 대한 상시적 감시와 사상교육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는 단순한 노동 파견이 아니라 체제 충성과 외화 조달을 동시에 겨냥한 구조적 강제노동”이라고 지적했다.

북한 해외 파견 노동자들이 철저한 감시와 통제하에 장시간 고강도 노동에 내몰리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북중관계 개선 분위기 속에서 더 많은 북한 노동자들이 파견되게 되면 이는 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조선(북한)은 외화벌이를 노리고 있고, 중국은 값싼 노동력을 원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이런 분위기에서 (북한) 노동자들의 권리와 안전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국제사회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북한 해외 노동자 송출 금지를 엄정히 이행해야 한다”면서 “노동자를 받아들이는 국가에 대한 외교적 압박, 강제노동 산출품의 유통 차단, 공급망 실사 강화가 필요하고 동시에 피해 노동자 보호와 증거 수집을 위한 국제 협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일리NK 기획취재팀=이상용 기자(AND센터 디렉터), 황현욱 AND센터 책임연구원/법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