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해야 하는 생활총화 6개월간 딱 한 번 했다가 검열 받아

생활총화록에 구체적인 날짜 대신 주차만 표기해 돌려쓰기 하는 정황도 포착돼…형식적 조직생활 만연

북한 영화 ‘심장에 남는 사람’에 등장하는 생활총화 장면. /사진=조선중앙TV 화면캡처

북한 함경북도 청진시의 한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여맹) 조직이 매주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생활총화를 제대로 하지 않아 검열을 받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4일 데일리NK에 “청진시 포항구역의 한 동(洞) 여맹 조직이 올해 상반기 내내 생활총화를 단 한 차례만 진행한 것으로 확인돼 구역당 조직지도부의 검열을 받았다”면서 “주 1회 반드시 열어야 하는 생활총화가 사실상 거의 열리지 않은 것”이라고 전했다.

구역당 조직부는 이번 검열에서 해당 여맹 조직이 생활총화록에 구체적인 날짜를 적시하지 않고 주(週)만 표기해 둔 것은 물론, 생활총화 시간에 자아·상호 비판 및 과업 수행 여부에 대한 발표를 생략하고 잡담이나 생활 정보만 교환했다고 지적했다.

소식통은 “이 여맹 조직은 생활총화록을 상반기, 하반기용으로 마련해 놓고 구체적인 날짜를 써 놓지 않았다”며 “올해 쓴 총화록을 내년에도 다시 쓰겠다는 속셈이 아니었겠나”라고 말했다.

실제로 해당 여맹 조직은 생활총화록에 구체적인 날짜 대신 ‘9월 첫째 주’라는 식으로 주차(週次)만 적어 놓고, 검열이 시작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뒤늦게 날짜를 적는 식으로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이렇게 날짜를 적어 놓지 않으면 몇 년이고 같은 노트를 돌려쓸 수도 있다”며 “생활총화를 매주 하지도 않는 데다 총화록을 일일이 적어 두기도 힘드니 이런 식으로 꼼수를 부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당국은 주민들의 사상을 통제하기 위해 각 정치 조직에서 매주 필수적으로 생활총화를 진행하도록 하고 있지만, 실제 각 조직에서는 생활총화를 건너뛰기도 하고 형식적으로 하는 시늉만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전언이다.

특히 소식통은 “무역이나 도매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 청진은 다른 지역들에 비해 조직 생활을 가볍게 여기는 분위기가 짙다”며 “포항구역뿐만 아니라 다른 구역의 여맹 조직도 생활총화를 제대로 하는 곳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생활총화를 형식적으로 진행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현실은 북한 주민들에 대한 당국의 통제력이 약화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당국은 당 창건일(10월 10일)을 앞두고 강연과 학습까지 더해가며 주민들의 사상성을 강화하고 내부 결속을 강화하려 하지만, 이를 달가워하는 주민들은 사실상 없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조직생활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는다고 처벌을 주거나 노골적으로 불이익이 있을 때만 열심히 참여하는 척을 하지, 어느 누가 조직생활에 시간 들이는 것을 좋아하겠느냐”고 했다.

한편, 청진시 포항구역에서는 여맹 조직에 대한 이번 구역당의 검열이 어떻게 시작된 것인지를 두고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신고가 있지 않고서는 생활총화록이 부실하게 정리되고 있는 사실을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식통은 “내부 신고로 해당 조직에 대해서만 검열이 이뤄진 것이라면 관련자들만 처벌받고 끝나겠지만 상급 기관에서 총화록을 전반적으로 검열하고 있는 와중에 이런 문제가 발각된 것이라면 다른 조직에 대해서도 검열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혹여나 그래서 검열이 전방위적으로 확대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