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원들 ‘겨울나기 준비’ 돈 요구…액수도 줄고 태도도 변해

주민들이 줄 형편 안 되는 것도 알고 비리 단속도 강화…국가가 안전원 생활 보장해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함경북도 회령시 인계리 인근 초소. 초소 사이 북한 경비대원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 사진=데일리NK

겨울을 앞두고 북한 국경 지역의 일부 안전원들이 겨울나기 준비를 명목으로 주민들에게 금전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예년에 비해 요구하는 액수가 적고 태도 역시 한층 조심스러워졌다는 전언이다.

19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최근 회령시 일부 안전원들이 경제력 있는 주민들을 찾아다니면서 겨울나이(겨울나기) 준비에 필요하다며 돈을 요구하고 있다”며 “그런데 예전과 달리 요구하는 액수가 줄어든 데다 상냥한 태도까지 보여 주민들이 낯설어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전원들이 주민들을 상대로 금품을 요구하는 것은 오래된 관행이다. 코로나 이전 개인 밀수 등 불법 장사가 성행하던 시기에 주민들의 뒤를 봐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아왔던 것이 관습으로 굳어졌고, 집안의 대소사나 겨울나기 준비를 핑계 삼아 돈을 요구하는 일도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안전원들의 요구 금액이 꽤 줄어들었다고 한다. 이전에는 500위안이 넘는 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지금은 많아야 500위안 정도여서 주민들도 형편이 되는 범위에서 최대한 맞춰주려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돈을 요구할 때의 태도 또한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협박이나 강요가 주된 방식이었다면 요즘은 어려운 사정을 이야기하며 조심스럽게 도움을 요청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12일 회령시의 한 안전원이 한 주민을 찾아가 300위안을 요구하는 일이 있었다. 이 안전원은 “조금 있으면 김장철인데 양념값이 오르기 전에 사두려고 한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갚거나 도울 일이 있으면 돕겠다”면서 사실상 ‘부탁’을 했다.

이전 같으면 마치 맡긴 돈이나 빚을 받으러 온 사람처럼 “얼마 좀 해달라”고 강압적으로 나왔을 텐데 이번에는 정중하게 부탁을 해와 오히려 측은지심을 불러일으켰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이 같은 변화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주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빠듯해 요구한 대로 다 들어주기 힘든 게 현실이라는 점을 안전원들 스스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고, 둘째는 당국이 부정부패를 근절하겠다며 단속을 강화하고 있어 처벌을 받게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소식통은 “실적도 없는데 비리 행위까지 제기되면 자리에서 물러나게 될 수도 있다는 것 때문에 안전원들이 요즘 돈 요구에 극도로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과거에는 당당하고 당연하게 돈을 요구해왔던 안전원들의 태도가 수그러들면서 주민들 사이에서는 국가가 안전원들의 생활 보장에 신경 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안전원들이 국가로부터 배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가족의 생계를 위해 주민들로부터 갖가지 명목으로 돈을 받아 챙겨온 게 사실인데, 지금은 더욱이 개인 밀수가 거의 불가능해져 안전원들이 뒤를 봐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기도 어려워지고 있다.

소식통은 “솔직히 안전원들도 생계유지가 쉽지 않다”면서 “국가가 생활 보장을 제대로 해줘야 하는데 그건 안 하면서 뇌물을 받지 말라고만 하니 모순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안전원들이 주민들에게 금전을 요구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에서 최근에는 주민들의 형편과 자신들의 처지를 고려해 강압적 방식 대신 공손한 태도로 도움을 요청하고 있지만, 이러한 태도가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