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하던 北 환율 ‘뚝’…김정은 방중 이후 무슨 일이?

중국 기업들의 대북 투자 유치 기대감에 달러·위안 환율 일제히 하락…다만 환율 변동성은 여전

김정은·시진핑, 2025년 9월 4일 베이징에서 북중 정상회담 진행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던 북한 시장 환율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중 이후 급락했다. 중국 기업으로부터 다양한 분야의 외자 유치가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이 환율을 끌어내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데일리NK가 시행하는 북한 시장 물가 조사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평양의 북한 원·달러는 3만 1000원에 거래돼 2주 전인 지난달 31일 조사 때인 4만 3400원보다 28.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안북도 신의주와 양강도 혜산 등 다른 지역도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북한 원·달러 환율이 내려앉은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 내에서 달러 환율이 단기간에 이렇게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은 지역이 봉쇄되고 장마당이 폐쇄되면서 거래가 일시적으로 중단됐던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처음이다.

원·위안 환율 역시 큰 폭으로 하락했다. 15일 기준 신의주의 북한 원·위안 환율은 4400원으로 2주 전 조사 때인 5650원보다 22.1% 떨어졌다. 같은 날 혜산에서도 북한 원·위안 환율이 4400원으로 직전 조사 당시 환율과 비교해 22.4%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재한 바에 의하면 북한 시장에서 달러와 위안화 등 외화 환율이 하락하기 시작한 것은 김 위원장의 방중 직후인 지난 6일부터다.

김 위원장은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행사 참가차 방중해 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5일 오후 평양으로 복귀했다. 김 위원장이 귀국한 다음날 아침부터 달러는 3만원대로, 위안은 4000원대로 급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북한 내부 소식통과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북중 정상회담 이후 북중 간 무역과 경제협력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분위기가 들썩이고 있다고 전해왔다.

중국 내 북한 무역회사, 북중 무역 거점에 있는 세관 등을 통해 건설, 관광, 광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국 기업의 기술과 자본이 투입될 예정이라는 얘기가 나왔고, 이것이 북한 내 각 지역 돈데꼬(환전상)들에게도 전해졌다는 게 북한 내부 소식통의 전언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에 투자를 원하는 중국 기업이나 개인의 투자 또는 북중 합영 기업 설립에 대한 계획서가 이미 접수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중국 기업의 대북 투자 계획이 실제로 어느 부문에서 어느 정도의 규모로 이뤄질 것인지 구체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으나 외화를 다루는 무역 부문에서는 조만간 중국으로부터 외화가 유입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더 이상 외화를 매입하지 말고, 오히려 외화를 고점에서 매도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

실제로 평양과 신의주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달러나 위안화를 팔고 북한 내화를 ‘전성’ 카드나 전자결제 지갑으로 충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최지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북한 내 환율 급등세는 내화 가치가 더 하락할 것이라는 일종의 심리적 불안 요인이나 이로 인한 (외화) 비축 수요에서 기인한 측면이 컸다”며 “북중 정상회담 이후 이 같은 불안 요인이 잠식되면서 환율이 하락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최 연구위원은 “북한 환율이 투기 수요의 영향을 계속 받고 있고, 현재 하락세도 실제 외화 유입이 증가한 결과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북한의 외화 변동성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환율의 하락에도 북한 시장의 쌀 가격은 여전히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15일 기준 평양의 한 시장에서 쌀 1kg이 2만 5700원에 거래돼 2주 전 조사 가격인 2만 4000원보다 7.1% 상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같은 날 평양 시장의 옥수수 1kg은 7000원에 거래되는 등 직전 조사 때 가격보다 200원 하락해 약보합세를 보였다.

환율의 하락이 곡물 등 국내 생산 재화 가격 하락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