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밖 청년⑥] 법으로 길들일 수 없는 지금의 北 청년 세대

청년 단속·통제 목적의 '청년교양보장법' 제정 4년…청년들은 법·제도의 틀 뛰어넘어 욕구 실현 중

북한이 제작한 ‘수도에서 온갖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 현상을 쓸어버리기 위한 투쟁을 더욱 강도 높이 벌려나가자’는 제목의 영상물 화면 캡처.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위반 혐의로 대중 앞에서 공개 비판을 받는 것으로 추정되는 장면 / 사진=데일리NK

북한은 2021년 9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5차 회의에서 ‘청년교양보장법’을 제정했다. 청년들 속에 내재된 ‘비사회주의·반사회주의’ 현상을 뿌리 뽑고, 사회주의의 미래를 떠받칠 기둥으로 세우기 위해 교양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적에서다. 그러나 법이 제정된 지 4년이 흐른 지금, 북한 청년들은 북한 당국이 의도한 궤적과는 사뭇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데일리NK는 ‘청년교양보장법’ 제정 4년을 계기로 북한 청년들의 사상과 행동 양식에 실제 변화가 있었는지를 추적하고, 이를 앞서 다섯 편의 기획 기사로 보도했다. 그리고 이번 기사에서는 그 흐름을 한데 묶어 북한 청년 세대의 현실을 짚어본다.

1편에서는 북한 청년들의 옷차림과 머리단장에서 드러나는 자기표현 욕구를 조명했다. 북한은 오래전부터 외모를 개인의 사상·정신 상태를 보여주는 징표로 간주하며 단속을 이어왔고, 이를 청년교양보장법 제41조(청년들이 하지 말아야 할 사항)에도 명문화해 법적 통제 장치도 마련해 왔다. 하지만 청년들은 당국의 단속이 강화되는 상황에서도 체제가 정해 놓은 미적 기준을 벗어나 ‘새로운 변화’를 적극적으로 추구했다.

실제로 청년들은 무릎 위까지 오는 치마를 입거나 직발(매직 스트레이트)을 하는 등 옷차림과 머리단장에서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는 북한 당국이 청년들을 제도적 틀 안에 가두려 해도 자기표현 욕구를 억누를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2편에서는 청년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퍼진 한국식 표현에 대해 다뤘다. 청년교양보장법 제41조는 ‘우리 식이 아닌 이색적인 말투로 대화하거나 글을 쓰는 행위’를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단속이 강화되면서 청년들은 공개적인 곳에서 한국식 어투나 표현 사용을 자제하지만, 사적인 모임에서는 ‘자기야’, ‘오빠’, ‘대박’ 등 문제시되는 용어나 표현을 거리낌 없이 사용하고 있었다. 이는 한류가 이미 북한 청년 사회 내에 깊숙이 자리 잡았음을 방증한다.

아울러 북한 청년들은 점집을 자주 찾으며 미신에 의존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었다. 실제 3편에서는 청년들 사이에 미신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조명했다. 이는 유일 영도체계인 북한에서 용납되지 않는 행위이며, 청년교양보장법 41조에도 금지 행위로 규정돼 있다.그러나 돈과 배경이라는 장벽 앞에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개척해야 하는 청년들은 점괘를 통해 삶의 방향을 찾거나 답답한 마음을 해소하고 위안을 얻으려 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체제에 대한 불신이 청년 세대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드러내 준다.

4편에서는 청년들이 제도적 혼인신고를 거부하고 사실혼을 택하고 있는 사례를 담았다. 북한 당국은 남녀가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함께 사는 것을 사회주의 생활 양식에 어긋나는 행위로 규정하고 단속해 왔다. 하지만 갈수록 심화하는 경제난, 사회적 인식의 변화와 맞물려 북한 청년들은 기존의 결혼관을 깨부수고 각자의 소신과 편의에 따라 사실혼 또는 동거의 형태로 새로운 삶의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북한 당국이 사회주의의 기층 단위로 강조해 온 ‘가정’이 청년 세대 속에서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5편에서는 청년들이 단속에 대응하며 한국 문화를 소비하고 있는 상황을 다뤘다. 청년교양보장법 제41조는 ‘불순출판선전물을 유입, 제작, 복사, 보관, 유포, 시청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청년들은 단속이 심화할수록 오히려 더욱 은밀하게 숨어들어 외부 영상물을 시청하고 단속을 피하는 방법들을 계속해서 고안해 내며 단속원들의 머리 위에서 한류를 즐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듯 현재 북한의 청년들은 당국이 체제 유지를 목적으로 만들어 놓은 법과 제도를 뛰어넘어 자신들의 욕구와 욕망을 실현하고 있다.

이승주 전환기정워킹그룹(TJWG) 프로파일러는 “기존의 단속만으로는 통제가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해 법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 ‘청년교양보장법’ 제정의 배경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청년들을 겨냥한 단속이 증가한 상황에서 이들은 새로운 통로를 찾으며 독자적인 사회적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의 통제와 청년들의 저항이 맞부딪히는 현재의 양상은 체제 내부의 불안정성을 드러내고 있다”며 “청년들의 입장에서는 단속이 지속되더라도 이미 형성된 생활 습관과 문화적 취향을 쉽게 포기하기 어렵기 때문에 당국의 통제가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북한 청년 세대의 현실은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체제 내부의 균열로도 해석된다. 법으로 청년들을 길들이려는 시도가 계속되더라도 청년들의 욕구와 욕망이 해소되지 않는 한 법과 제도가 정해 둔 틀을 뛰어넘으려는 흐름은 멈추기 어렵고, 이는 강한 사상과 규율로 청년들을 묶어두려는 북한 당국으로서는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