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중국 방문 모습이 담긴 기록영화가 공개된 뒤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다양한 반응들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는 중국의 발전된 모습에 좌절감을 토로하기도 하고, 일부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6일 낮 12시 김 위원장이 방중을 마치고 귀국한 지 24시간도 안 돼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중국인민항일전쟁 및 세계반파쑈전쟁승리 80돌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하여 중화인민공화국을 방문, 2025년 9월 2~4일’이라는 제목의 50분짜리 기록영화를 방영했다.
이는 김 위원장이 중국, 러시아 정상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다자외교 무대에서 대외적으로 활약하는 모습을 부각해 체제와 수령의 위대성을 주민들에게 각인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현실의 주민들은 자부심보다 좌절감과 허탈감에 빠진 모습이었다고 한다.
中과 비교하며 한탄…“핵 가진 중국은 잘만 사는데 우리는…”
9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주민들이 원수님(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 기록영화를 시청한 뒤 중국과 우리나라의 현실을 비교하며 한숨을 쉬었다”며 “이번 계기로 중국의 무기 수준이 굉장하다는 것, 그런데 우리와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잘살고 있다는 것이 주민들에게는 큰 충격이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과 인접한 국경 도시인 회령시 주민들은 김 위원장 방중 기록영화를 본 뒤 “중국은 핵무기뿐만 아니라 현대적인 무기도 다 갖추고 있으면서도 잘만 사는데 우리는 날이 갈수록 왜 어려워만 지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핵을 가져야 한다는 이유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강요나 받고 생활은 계속해서 더 가난해지고 있는데, 얼마나 대조적인가”라며 씁쓸한 반응을 보였다.
양강도 혜산시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양강도 소식통은 “중국이 잘 산다는 건 알았지만 이번에 영상을 보니 더욱 실감 났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며 “중국처럼 주민들 생활도 어느 정도 되면서 군사 강국을 자랑하면 얼마나 보기 좋겠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일부 혜산시 주민들은 이번 열병식에 등장한 중국의 현대화된 첨단 무기들에 주목하면서 “핵강국이라던 우리나라(북한)는 아직 멀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또 몇몇 주민들은 “우리나라가 계속해서 핵무기를 만드는 데만 모든 투자를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우리 생활은 나아질 리 없어 눈앞이 캄캄하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고 한다.
“중국과의 무역 통로가 회복되는 신호”…북중관계 개선 기대감도
그런가 하면 평안북도 신의주에서는 북중 무역의 회복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신의주시 주민들은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을 북중 간 ‘전통적 우호 관계’ 복원의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모양새다. 그러면서 향후 북중 간 경제협력 확대 및 무역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신의주의 주민들이 특별히 북중관계 개선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것이 주민 생활과 직결되는 문제기 때문이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그는 “중국과의 거래가 주민들을 먹여 살려온 것이 사실”이라며 “예전에는 중국에서 넘어오는 물자로 장사를 하고 외화를 벌었는데 지금은 길이 막혀 먹고 살기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 신의주시 주민들 사이에서는 “로씨야(러시아)와의 협력은 국가 차원에서 좋을 뿐 주민 개인 살림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로씨야와의 거래는 대부분 국가 대 국가 단위로 이뤄지는 방식이어서 주민들이 손에 쥐는 외화는 거의 없는 것이 사실”이라는 냉철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반면 중국과의 거래는 개인 단위로도 진행돼 주민 소득과 연결돼 있고, 이것이 즉각적으로 시장 활성화로 이어져 경제적인 면에서 체감도가 확 다르다고 말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에 주민들은 통관 과정에서의 통제 완화, 물동량 확대 같은 구체적 변화가 빠르게 나타나길 바라고 있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국가엔 로씨야(러시아) 우리 개인들의 살림엔 중국’이라는 말까지 하고 있다”며 “원수님의 이번 방중에 기대가 쏠리는 것도 결국 생활에 직접 도움이 되는 경로가 중국밖에 없다는 현실적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했다.

동행한 김주애에 주민들 시선 쏠려…‘후계자설’ 두고 수군
한편, 북한 주민들은 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길에 동행한 딸 김주애를 두고서도 여러 가지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주민들 사이에서는 “원수님께서 어릴 적에 못 해본 것을 자식에게 해주고 있는 것 같다”, “TV로 볼 때마다 얼굴이 더 고와지고 옷차림도 세련돼지고 있다”는 등의 말이 나왔다.
앞서 한국에서는 김주애의 동행이 확인되자 후계자설이 다시금 불거졌다. 이와 마찬가지로 북한 내부에서도 김주애가 후계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긴 하나 이는 소수에 불과하며, 가능성은 작다고 보는 시각이 크게 우세하다고 한다. 김 위원장에게 아들이 있다는 소문도 돌면서 김주애 후계자설을 일축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양강도 소식통은 “자제분(김주애)이 처음 TV에 나왔을 때는 ‘다음 지도자가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돌았지만, 아들이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설득력을 잃었다”며 “이번에도 그냥 아버지가 딸을 데리고 간 것일 뿐이라고 보는 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김주애를 자주 등장시키는 배경에는 4대 세습을 주민들에게 주입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주민들은 원수님의 자식 가운데 누군가는 분명히 다음 지도자가 될 것이고, 자제분의 모습을 자주 보여주는 것도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다음 지도자도 지금과 똑같은 방식의 정치를 이어간다면 앞으로도 삶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인식도 퍼져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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