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대화 가능성에 “하나의 기회로 보지만, 덤벼들진 않을 것”

핵 보유국 인정·단계적인 합의와 보상 확보가 관건…소식통 "트럼프가 어떤 결정 내리느냐에 달려"

북미정상회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6월 30일 오후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있었던 한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올해 안에 만나고 싶다”며 미북정상회담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대해 북한 내부에서는 어떤 반응이 나오고 있으며, 실제로 어떤 논의가 오가고 있을까?

8일 데일리NK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고위 간부들은 대체로 미국이 다시 대화를 언급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탐색 단계’에 불과하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일단 내부적으로는 핵 문제 같은 주요 이슈는 ‘외부가 아니라 우리가 정한다’는 원칙이 거듭 강조되고 있다. 실제 간부 교육에서는 핵 보유가 이미 헌법에 명문화된 만큼,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 반복 강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핵 보유라는 강력한 무기를 토대로 제재를 완화하는 등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대화의 목적이라는 점 또한 강조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외무성 산하 대미전략국(前 대미협상국)에서는 구체적인 전략 설계가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핵심은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라 ‘핵 생산 동결과 위험 감소 조치’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실제 협상이 이뤄질 때를 대비한 시나리오를 짜고 있는 것”이라면서 “기본적으로 영변 이외 추가 양보는 배제하되 핵물질 생산 동결과 일부 시설 제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고, 대가로 단계적 제재 완화 및 경제적 보상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접근법은 단순한 전술적 선택이 아니라, 국제사회로부터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려는 전략적 의도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완전한 비핵화는 협상 의제에서 제외하면서도 ‘핵 생산 동결’이나 ‘위험 감소 조치’ 같은 제한적 양보를 통해 미국으로부터 제재 완화와 안전 보장을 단계적으로 얻어내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내부에서는 2019년 ‘하노이 노딜’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꺼번에 모든 걸 요구하는 ‘일괄타결 방식’은 다시 시도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대신 ‘작은 합의들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방식’으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얘기다.

소식통은 “이번에는 한꺼번에 큰 판을 벌이기보다 에네르기(에너지)·보건·농업 같은 눈에 보이는 분야에서 작은 합의를 먼저 내고 그 성과를 제재 완화와 연결시키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내부에서는 대화를 통해 정유·광물 등 일부 제재 완화는 물론 제한적 금융거래 허용, 불가침 보장(상호 군사 충돌 방지 약속) 등을 얻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한다.

장기적으로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중국·러시아 의존도를 완화하려는 계산도 보인다. 다만 내부에서는 이를 ‘대체’가 아닌 ‘균형 조정’으로 표현하며, 중·러와의 관계 균열로 비치지 않도록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정부는 미국과의 대화를 하나의 기회로 보지만, 그냥 덤벼들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비핵화를 전제로 하지 않고, 핵을 가진 나라로 사실상 인정받으면서 작은 합의부터 차근차근 쌓아가려는 전략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북한)에게 가장 중요한 건 제재를 풀고 안전을 보장받는 것”이라면서 “결국 접촉이 성사되느냐는 트럼프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 또 미국이 실제로 내놓을 수 있는 보상안이 얼마나 확실하냐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은 미국과의 접촉 채널로 유엔 대표부(뉴욕)나 스웨덴 같은 제3국을 우선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판문점을 통한 접촉도 가능하지만, 남북관계 변수가 많아 우선 염두에 두지는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 회담이 이뤄진다면 장소로는 싱가포르, 제네바 등 중립지가 유력하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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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용 기자
sylee@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