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방학 맞아 학수고대하던 바닷가 나들이 떠났다가 그만…

학생들의 유일한 즐길 거리이자 여가 활동인 바다 수영…사고 위험에 학교도 부모도 마음 졸여

북한 양강도 혜산시 앞으로 흐르고 있는 압록강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 /사진=데일리NK

최근 함경북도 경성군 앞바다에서 고급중학교(우리의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익사하는 사고가 발생해 지역사회가 충격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30일 데일리NK에 “지난 17일 경성 바다에서 고급중학교 3학년 학생 1명이 물에 빠져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며 “방학이면 교원(교사)들이 학생들을 데리고 바닷가에서 하루를 보내곤 하는데, 이 학생도 그 과정에서 사고를 당한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학생들이 여름방학이 되면 가장 기다리는 여가 활동이 바로 바닷가 나들이다. 문화시설이 있어도 사실상 이용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담임교사 인솔하에 친구들과 함께 바닷가로 떠나 바다에서 마음껏 수영하고 노는 것은 학생들의 유일한 즐길 거리다.

하지만 익사 사고 위험도 뒤따르다 보니 학교에서는 매년 여름철이면 담임교사들에게 학생들을 데리고 바닷가 나들이를 가지 말라는 지시를 반복해서 내리고 있다.

가족끼리 놀러 가는 것에는 학교 책임이 따르지 않지만, 담임교사가 앞장서면 사고 책임은 전적으로 학교에 돌아온다며 교장이 교사들에게 신신당부한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이런 분위기에서 교원이 직접 조직하지는 않지만, 학생들에게는 바닷가 나들이가 방학의 가장 큰 기대 거리인 만큼 경제적으로 ‘나누기’(분담)가 가능한 학생들이 모여 음식 재료 등을 준비한 뒤 학급 책임자를 통해 담임을 설득한다”며 “그렇게 해서 승인이 떨어지면 함께 가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젊은 담임교사들은 학생들의 성화에 못 이겨 나서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담임들이 승인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학생들이 교사 몰래 나섰다가 더 큰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번에 사고로 숨진 학생은 학급 초급단체 위원장을 맡아 성적과 조직생활 모두에서 모범으로 꼽히던 학생이었다고 한다. 또 담임교사는 곧 입당(入黨)을 앞두고 있었는데 이번에 사고가 나면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됐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청진 쪽에 해수욕장이 있지만 거기까지 가려면 운송수단을 빌려야 해 돈이 많이 들고 집삼이나 염분진 일대 바닷가는 번듯하나 사적 건물들이 많아 마음껏 놀기도 어렵다”며 “결국 학생들이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장소를 찾아가다 보니 이런 사고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사고 소식에 경성군 일대의 주민들은 저마다 안타까움을 드러냈고, 특히 자식을 둔 주민들은 매년 여름이면 가슴을 졸이게 된다며 불안감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