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밖 청년➄] 北 청년들, 단속원 머리 위에서 한류 즐긴다

SD카드 은밀히 숨기고 위장용 USB 들고 다녀…"고양이 아무리 날뛰어도 모든 쥐 잡을 수 없다"

북한 주민들은 ‘쥐카드’라고 부르는 SD카드에 영화나 드라마, 뉴스, 노래파일 등을 담아 이용하고 있다. /사진=데일리NK

북한 당국의 한류(韓流) 단속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청년들은 자신들을 ‘쥐’, 단속원을 ‘고양이’에 빗대며 여전히 한류 콘텐츠를 은밀히 소비하고 있다.

29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혜산시에는 지금도 인민반 세대 검열에 더해 길거리 검열까지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단속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길거리에서는 주로 손전화(휴대전화)나 소지하고 있는 USB 같은 저장매체를 확인하는 식으로 불법 영상물을 단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의 외부 콘텐츠 단속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주민 집에 불시에 들이닥치는 가택 검열과 길거리에서 멈춰 세워 몸과 소지품을 검열하는 식의 단속은 이미 전부터 상시적으로 이뤄져 오고 있다.

특히 당국은 한국 영화·드라마·음악 등을 보고 듣는 행위에 관해 강도 높은 단속과 처벌을 진행해 왔다. 이는 당국이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한국 문화의 확산을 체제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는 데 따른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지난 2021년 제정한 청년교양보장법 제41조(청년들이 하지 말아야 할 사항)에 ‘불순출판선전물 유입, 제작, 복사, 보관, 유포, 시청하는 행위’를 명시했다. 하지만 청년들은 갖가지 방법으로 단속을 피해 가며 외부 문화에 대한 호기심과 소비 욕구를 충족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단속이 워낙 빈번하다 보니 문 두드리는 소리만 나도 검열이 왔다는 걸 어린아이까지 알아차릴 정도”라며 “단속이 심해질수록 걸려들지 않기 위해 더 은밀히 숨어들 뿐이고, 이런 상황에 청년들은 오히려 단속하러 다니는 단속원들을 비웃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 북한 청년들은 자신들과 단속원들을 쥐와 고양이로 비유하면서 “고양이가 아무리 날고뛰어도 쥐를 다 잡을 수는 없다”, “잡으려다 힘만 빼고 약만 오를 뿐이다”라는 식으로 비꼬는 말을 하기도 한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길거리에서도 몸수색을 항시 당할 수 있는데 누가 ‘날 잡아라’ 하고 단속품을 대놓고 들고 다니겠느냐”면서 “겉으로는 여기(북한) 영화나 노래가 들어있는 USB를 휴대해 단속 시 보여주고 실제로는 단속원들이 찾기 어려운 깊은 곳에 쥐(SD)카드를 숨기는 방식으로 단속을 피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청년들은 SD카드를 주로 활용하는데, 이는 USB보다 크기가 작고 감추기 쉬워 단속 회피에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소식통은 “단속 시 몸에 아무것도 없으면 몸수색을 꼼꼼히 하지만 단속에 걸릴만한 것이 있으면 주머니만 뒤지는 정도로 넘어간다”면서 “그래서 청년들은 겉으로는 단속에 걸려도 문제가 안 되는 USB를 들고 다니고 실제 숨겨야 할 것들은 쥐카드에 담아 감추고 다니면서 믿을 만한 동무들끼리 은밀히 주고받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청년들은 단속에 걸리면 자기 선에서 책임지고 다른 사람에게는 절대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약속까지 하면서 콘텐츠를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당국의 단속이 심화하는 만큼 청년들도 더 치밀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소식통에 따르면 혜산시의 20대 청년은 “집에서도 거리에서도 단속은 계속 이어지지만 새로운 영화나 노래는 끊이지 않고 있다”며 “단속이 아무리 심해져도 우리들의 호기심을 막기는 정말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요즘 우리 또래는 ‘고양이’라고만 해도 단속원 얘기라는 걸 다 안다”면서 “어떤 날은 전혀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단속원들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요즘 고양이들이 ○○에서 잘 나타난다고 하더라’라는 식으로 단속에 걸리지 않도록 은밀히 서로 주의를 주고 있다”고 실상을 전했다.

소식통은 “고양이가 아무리 날뛰어도 모든 쥐를 잡을 수 없다는 말처럼 단속이 거세질수록 더욱 다양하고 교묘한 방식으로 숨어들어 보고 듣는 것이 지금의 젊은이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