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반원 100% 동원” 요구에 원성 떠안는 인민반장들

생활에 부담되는 각종 동원 과제에 주민 불만 자자…다독이고 달래는 것은 결국 인민반장들 몫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월 2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20일) 제3차 전국인민반장열성자회의 참가자들을 만나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함경북도 청진시 청암구역의 한 동사무소가 ‘자력갱생’을 내세워 하반기 주민 동원을 강요하고 있다. 이에 주민 불만이 자자한데, 그 원성은 인민반장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지난 12일 청진시 청암구역의 한 동에서 인민반원들의 학습이 있었는데, 여기서 동사무장이 ‘매일 도로청소에 전원이 참가하라’며 목청을 높여가며 집체 동원을 강조했다”며 “하지만 이에 주민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고, 이에 동사무장은 학습이 끝난 뒤 인민반장들만 남게 해 ‘나머지 공부’를 했다”고 전했다.

당시 학습에서는 “오늘의 난관을 돌파하고 자력갱생 기치 높이 주체의 한길로 나아가자”라는 구호가 집중적으로 강조됐다. 다만 이보다 주민들의 심기를 건드린 것은 건설장 및 군 후방사업, 각종 수매사업과 노력동원을 ‘양심적으로’ 수행하라는 동사무장의 발언이었다.

소식통은 “학습이야 늘 있는 것이라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였지만, 학습에서 생활을 옥죄는 여러 가지 과제의 성실한 수행을 강조하니 주민들 대부분이 썩은 콩 씹은 표정을 지었다”며 “특히 도로 청소에 모든 인민반원이 100% 참가하라는 말은 주민들의 신경을 긁었다”고 말했다.

별다른 호응이 없자 동사무장은 학습 후 인민반장들만 따로 불러 “당 창건 기념일(10월 10일)도 있고 9차 당대회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도로에 사람들이 많이 나와 북적여야 구역당에서도 뭐라 하지 않는다”며 재차 도로 청소에 인민반원 모두를 참여시킬 것을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민들의 불만과 원성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것은 인민반장들의 몫이다.

실제로 청암구역의 한 인민반원들은 동사무장의 지시를 전달한 인민반장에게 불평을 쏟아내며 불만 세례를 퍼부었는데, 이에 이 인민반장은 “하던 대로 합시다”라고 말하며 인민반원들을 다독였다고 한다.

여기서 하던 대로 하자는 것은 형식적으로 모양새만 갖추고 적당히 넘기자는 의미다. 암암리에 조를 짜서 각자 정해진 날에 동원에 나서는 식으로 하면서 표면적으로는 동원에 안 나온 사람을 아파서 못 나온 것으로 처리하거나 다른 동원에 나갔다고 보고하는 식으로 동원을 최소화하자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말이다.

소식통은 “주민들 입장에서는 매일 마주하는 인민반장에게 불만을 터놓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그래서 인민반장은 이런 주민들의 반발과 원성을 달래면서도 상급 기관에는 동원 노력 부족을 합리화하는 방안을 찾는 식으로 양쪽을 모두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에게 불가능은 없다”, “문제 해결의 열쇠는 정신력에 있다”는 정치 사상적 구호를 내세워 인민반을 사실상 ‘돌격대’로 취급하는 현실에서 상급 기관과 인민반의 요구와 입장을 조정하고 불만 여론을 잠재우는 것은 결국 인민반장들의 재량이라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소식통은 “위에서 ‘자력갱생’을 외칠 때 인민반장들은 자기만의 ‘자력갱생’을 추구한다”며 “요즘 인민반장들은 반원들 욕을 다 먹으면서 윗선의 눈치까지 봐야 하니 수완가가 돼야 버틸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