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부문 간부들 불러 회의…하반기 상향 계획분 달성 압박

무역일꾼들 "물자 확보·유통도 어렵고 거래 대상과의 신뢰 하락 문제도 있는데 사상성만 강조" 토로

2024년 6월 26일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북한상품 박람회. EU와 한국이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조선백호무역회사’ 간판이 보인다.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북한 당국이 평양시 무역 부문의 관련 간부들을 소집해 하반기 국가계획 상향에 대해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한 실적 요구가 아니라 무역 부문 간부들에게 정치적 충성심을 입증하라는 강한 압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데일리NK 평양 소식통은 “지난 13일과 14일 이틀간 평양시 인민위원회 무역관리국 주관으로 평양시급 무역회사 사장·부사장 등 간부들이 대거 참석한 회의가 진행됐다”며 “이 회의에서는 하반기 국가계획 목표치 상향과 세부 집행 방안이 다뤄졌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번 회의는 단순한 회의가 아니라 하반기 계획분 상향 지시를 무역 부문 일꾼(간부)들 전체에 단단히 각인시키려는 목적의 회의였다”고 덧붙였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는 각 무역 단위의 상반기 실적 집계 결과도 공유됐다. 일부 단위는 계획을 100% 달성했지만, 다수 단위는 70~80%를 달성하는 데 그쳤다는 점이 지적됐으며, 이는 하반기 목표 상향의 근거로 제시됐다. 이 과정에서 무역 부문 간부들의 ‘사상적 태도’ 문제도 함께 거론됐다.

실제로 회의에서는 “계획분 미달은 곧 정치 사상적으로 따라서지 못해서이다”라는 표현이 반복됐고, 이는 무역 부문 간부들에게 강한 정치적 압박으로 여겨졌다.

소식통은 “상반기 목표를 겨우 채운 단위의 일꾼들도 있었는데, 다시 상향 지시가 떨어지고 이를 사상적 태도와 연결 지으니 일꾼들이 상당한 부담을 느꼈다”며 “몇몇 일꾼들 사이에서는 현실적 어려움에 따른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게 나왔다”고 했다.

당시 회의에 참가한 일부 무역 부문 간부들은 “수출입 물자 확보와 유통에도 어려움이 있고 거래 대상과의 관계도 원활하지 않은데 목표치만 높아졌다”, “현실적으로 필요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해결책을 세우지 않고 오직 사상적인 것만 강조하는데 어떻게 계획분을 맞출 수 있겠느냐”라고 토로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특히 간부들은 중앙의 무역 통제와 잦은 단속, 검열에 더해 무역 상대와의 신뢰가 허물어진 상황도 현재 맞닥뜨린 큰 문제로 꼽았다고 한다.

이미 이로 인해 거래가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등 차질을 빚어 상반기 계획 달성에서도 어려움을 겪은 바 있는데, 위에서는 “계획분을 무조건 달성해야 한다”, “하반기 성과는 곧 충성심의 결과”라고 못 박으며 압박해 무역 부문 간부들이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어찌 됐든 하반기 목표 상향 지시는 무조건 달성해야 하는 지시”라며 “무역 일꾼들이 물자 보장이나 지원과 같은 현실적인 도움이나 대책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정치적인 사명감만을 떠안아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