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관리원 뜨면 자리 비우는 상인들…장세 부담에 ‘꼼수’

장사 안 나온 것처럼 속여 탈세…시장관리소 "7일 이상 장세 안 내면 매대 회수" 강경 방침 통보

북한 함경북도 나선시 시장에서 주민들이 장사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데일리NK

최근 함경남도 함흥시 일부 장마당 상인들이 장세를 내지 않으려 장세 징수 시간에 자리를 비우는 꼼수를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데일리NK 함경남도 소식통은 22일 “최근 함흥시의 대형 장마당들에서는 장사꾼들이 장세를 내지 않으려 시장관리원을 피해 다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며 “장세를 거두는 시간만 되면 자리를 비웠다가 시장관리원이 떠난 뒤 다시 돌아와 물건을 판매하는 식으로 장사를 하는 장사꾼들이 많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8월에는 유독 장사가 안돼 장사꾼들이 모두 아우성”이라며 “장사가 안되는 날에도 장세는 내야 하다 보니 장세라도 줄이는 것이 버는 것이라 생각한 일부 장사꾼들이 매대에 나오지 않은 것처럼 관리원을 속여 장세 비용을 아끼고 있다”고 했다.

일부 상인들은 옆 매대 상인과 짜고 하루씩 번갈아 가면서 장에 나오지 않은 것처럼 꾸며 사실상 장세를 절반씩만 부담하고 있다고 한다.

관리원이 장세를 거두러 오면 한쪽은 자리를 비우고 남은 쪽은 “오늘 옆 사람이 나오지 않았다”고 거짓말해 눈속임으로 한 매대에만 장세가 부과되면 두 상인이 이를 절반씩 나눠 내고 장사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0일 사포시장에서는 상인들의 이 같은 꼼수가 관리원에게 들통나면서 시장관리소가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는 일이 있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시장관리소는 매대 반장들을 소집해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대응책으로 “한 달에 7일 이상 장세를 내지 않으면 매대를 회수하겠다”는 강경 방침을 통보했다.

관리소로서도 장세로 거두는 액수가 점점 적어지면 인민위원회 검열을 받게 될 수 있어 어떤 식으로든 조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장사 수익을 내지 못한 나이 든 상인들을 한두 번 눈감아 주던 관행도 사라지게 됐다고 한다. 이에 나이 든 상인들은 “장세를 내기 싫으면 들키지나 말든지 왜 영리하지 못하게 행동해 늙은이들에게까지 피해를 주느냐”며 젊은 상인들의 탈세 꼼수를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나이가 많은 장사꾼들은 젊은 장사꾼들에 비해 수완이 떨어져 물건을 잘 팔지 못해 지금처럼 장사가 안될 때 적자 보는 날이 훨씬 더 많다”며 “그런데 젊은 장사꾼들이 꼼수를 부리다 들통나 나이 든 장사꾼들까지 장세를 빠짐없이 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젊은 장사꾼들조차 장세 비용을 아끼려고 하는 상황이 지금의 장마당 사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며 “모두가 장세 부담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일부 상인들은 ‘젊은이들이 오죽했으면 그 돈(장세) 아끼려고 숨어 다녔겠느냐’라고 말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