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쌀값, 달러 환율 폭등…‘물가 쓰나미’ 맞은 北 주민들

쌀값 50% 이상 급등하고 수입 식료품 가격도 크게 올라…주민들 “화폐 교환 때보다 지금이 더 힘들어”

양강도 혜산 인근 시장의 모습.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북한 시장의 쌀, 옥수수 등 곡물 가격은 물론 환율도 치솟으면서 수입품 가격까지 폭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 쓰나미’에 직격탄을 맞은 주민들이 혼란을 겪으면서 민심이 크게 흔들리는 모양새다.

데일리NK가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북한 시장 물가 조사에 따르면 지난 17일 평양의 한 시장에서 쌀 1kg 거래가는 2만 3200원으로, 2주 전인 지난 3일 당시 조사 가격인 1만 5200원보다 52.6% 급등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시장 쌀 가격 급등 양상이 비슷하게 나타났다. 17일 기준 평안북도 신의주와 양강도 혜산 시장의 쌀 1kg 가격은 2만 3300원, 2만 4000원으로 직전 조사 때보다 각각 52.8%, 56.9% 급등한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 시장 쌀값이 짧은 기간 동안 50% 이상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은 본보가 조사를 시작한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 시장 쌀값은 코로나 이후인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1kg에 5000원대로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이었으나 지난해 상반기 이후 완만한 오름세를 보여왔다.

그러다 최근 3개월 동안 쌀값이 20% 이상 상승하면서 연일 최고가를 경신해왔다. 현재 북한 시장의 평균 쌀 가격은 쌀값이 오르기 전인 지난해 1월 가격과 비교할 때 무려 4.75배가 오른 상황이다.

쌀값과 마찬가지로 옥수숫값도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17일 기준 평양의 한 시장에서 옥수수 1kg은 6500원에 거래돼 지난 3일 조사 때와 비교할 때 44.4% 급등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1월 초 북한 시장의 옥수수 1kg 가격은 2300원대였지만 현재는 그보다 2.86배 오른 상태다.

현재 북한 시장의 곡물가 급등은 내부의 생산량 감소로 인한 영향보다는 환율 상승과 내화 가치 하락에 따른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농촌진흥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4년도 북한 식량작물 생산량 추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에서 생산된 식량작물은 총 478만 톤으로 직전년도 생산량 추정치에서 4만 톤(0.8%) 감소했다. 더욱이 쌀의 경우 2024년 생산량이 215만톤으로 추정돼 오히려 2023년 대비 4만 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농업 생산량 감소가 현재의 곡물가 급등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북한 환율은 크게 치솟고 있다. 17일 기준 평양의 북한 원·달러 시장환율은 4만 3000원으로, 직전 조사 때와 비교해 2주 만에 43.3% 급등했다. 신의주와 혜산의 북한 원·달러 시장환율도 일제히 4만 3000원대를 넘어서는 등 단기간 환율 상승률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달러 환율의 폭발적 상승은 기관·기업소의 임금 상승으로 인한 내화 가치 하락 및 인플레이션, 그리고 무역 확대에 따른 내부 외화 수요 증가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북한 당국이 개인의 외환거래를 금지하고 시장에서도 가격 상한제를 실시하는 등 강력하게 통제해 물가 상승이 일정 부분 억제돼 온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서 큰돈을 움직이는 환전상이나 돈주들은 임금이 상승한 만큼 달러 환율도 그에 준하는 수준으로 상승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실제 평양의 한 환전상은 “월급이 오른 만큼 딸라(달러) 가격도 올라야 한다”며 “딸라 값이 최소 6만 원까지는 올라야 한다는 게 돈데꼬(환전상)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환율이 오르면서 수입품 가격도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17일 평양 시장에서 휘발유 1kg은 4만 원, 경유 1kg은 3만 9000원에 거래돼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식용유, 설탕, 밀가루 등 수입 식료품 가격도 폭등했다. 특히 평양 시장의 식용유 가격은 이달 초 1kg에 2만 5100원이었지만 17일에는 4만 5100원으로 79.7%나 급등했다. 17일 기준 평양 시장의 설탕과 밀가루 1kg 가격도 3만 7500원, 2만원으로 2주 전보다 각각 36.4%, 25%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시장 물가 폭등은 주민들에게도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양강도 소식통은 “모든 물가가 너무 빠르게 오르면서 사람들이 극도로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며 “시장에 가도 물건을 살 수가 없고 어디서 식량을 구해야 하는지 막막해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전했다.

함경남도 소식통도 “화폐 교환 때보다 지금이 더 힘든 상황”이라며 “하루아침에 쌀값이 5000원이 오르는데 어떻게 물건을 사고팔 수 있겠냐”고 토로했다.

한편에서는 당국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터져 나온다. 함경남도 소식통은 “생활비(월급)를 올려놓고 제대로 주지도 않았는데, 물가만 정신없이 오르고 있다. 대책 없이 생활비를 올린 국가 정책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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