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南 인권단체 약화 ‘전략적 기회’로…대남 심리전 강화 모색

정보 유입 및 인권 기록·축적 활동 위축세 면밀 주시…김여정·김정은 보고 체계 가동

금수산태양궁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0년 4월 16일 김일성 생일 기념일(태양절)인 전날(15일) 북한 노동당 및 정부의 간부들과 무력기관 책임일꾼들이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아 참배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이라고 적힌 꽃바구니가 김일성·김정일 동상 앞에 놓여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한국 내 북한인권 민간단체들의 활동 약화 조짐을 면밀히 주시하며, 이를 향후 대한(對韓) 전략 조정의 중요한 계기로 삼으려는 것으로 전해졌다. 분석과 대응 방안 마련 중심에는 대한 전략 싱크탱크로 알려진 ‘대적연구원(전 조국통일연구원)’이 있다고 한다.

19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대적연구원은 최근 한국 내 북한인권 단체들의 예산 축소, 인력 감소, 사무공간 이전 또는 폐쇄 등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외부 기금 의존도, 상근 인력 증감, 프로젝트와 보고서 발간 건수, 국제회의 참석 빈도, 국회 및 유엔 접점, 언론 및 SNS 도달 범위 등을 공개정보(OSINT)를 통해 정기적으로 점검·평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서 대적연구원은 북한인권 기록과 자료 축적, 국제 연대 활동, 탈북민 구출 및 지원 단체들이 뚜렷한 위축세를 보이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한국 내에서 북한 내부로 정보를 전달하는 활동 약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이 ‘대조선(북한)압살책동의 근간’이라고 규정하는 이 분야에는 대북 라디오 방송, USB·SD카드 등 외부 정보 매체 반입, 탈북민·국제 네트워크를 통한 현장 증언 전달 등이 포함된다. 연구원은 이러한 정보 유입 채널이 북한 체제의 취약점을 직접 겨냥한다고 보고, 관련 단체의 활동 약화와 예산 축소를 전략적 기회로 평가하며 면밀히 감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대적연구원은 한국 내 북한인권 단체 약화를 단순한 외부 동향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활용 가능한 기회로 보고 있다고 한다. 우선 인권 문제를 장기간 기록·축적하는 작업이 훗날 국제사회에서 책임소재 규명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민감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 때문에 관련 단체의 활동 위축은 북한 입장에서 국제사회 인권 압박의 강도를 낮출 수 있는 호재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또한 북한은 이러한 사실이 주민들에게 알려질 경우, 당국이 장기간 구축해온 ‘우둔화 전략’, 즉 외부 세계에 대한 무지와 정보 단절을 유지하는 체계에 균열을 일으킬 가능성을 우려한다고 한다. 주민들이 외부에서 자신들의 인권 문제가 어떻게 기록되고, 국제사회에서 논의되는지를 알게 되면, 체제 선전의 설득력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은 이를 차단하기 위해 2020년부터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청년교양보장법’, ‘평양문화어보호법’ 등 이른바 3대 악법을 제정해 외부 정보 유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소식통은 “조선은 (한국 내 북한) 인권단체 약화를 단순한 외부 변화가 아니라 체제 안전을 지키는 방패로 보고 있다”면서 “국제사회의 인권 공방이 느슨해지는 순간, 내부 여론전과 대한 심리전에 더 과감히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대적연구원 내부에서는 이 같은 북한인권 NGO 활동 약화 흐름이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라기보다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해외 원조 감소는 물론 한국 내 정치 환경과 국제적 관심 하락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대적연구원은 대한 전략의 재정비에 착수했다. 오는 10월 말까지 각 부서가 구상한 계획안을 완성해 내년 초 예정된 9차 당대회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라고 소식통은 소개했다.

소식통은 “조선은 현재 한국 내 민간 인권단체 약화를 국제무대 인권 공방을 누그러뜨리고 내부 체제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며 “그렇다고 해서 안심하는 것은 아니고, 한국 정부와 일부 해외 단체의 움직임, 그리고 국제사회의 향후 대응 가능성 등을 변수로 보고, 상황을 지속 관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는 대로(대러)·대중 외교와 일부 우호국 관리에 더 집중하면서, 한국과의 민간 교류나 인도적 통로를 통한 접근은 뒷순위로 밀려 있다”면서도 “다만 한국 내 인권단체 약화 추세가 장기화되면, 북한이 이를 본격적인 심리전과 여론전에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같은 분석과 대한 전략 재편 문제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총괄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또한 주요 전략은 관련 부서와 합동 조율 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1호 제의서 형태로 전달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는 최고수뇌부가 직접 챙기는 주요 사안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이상용 기자
sylee@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