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가공품 수출하라는데 中에선 원료 달라…무역회사들 골머리

가공품 수출 확대 정책 중국 시장 요구와 충돌…외화벌이 성과는 올려야 해 무역일꾼 부담만 가중

중국 랴오닝성 단둥에서 판매되고 있는 북한 개성고려인삼술. /사진=데일리NK

북한이 원료 수출 중심의 무역 구조를 탈피하고 가공품 수출을 통한 경제 발전을 꾀하고 있지만, 정작 수출 대상국인 중국 측에서는 가공품보다 원료를 요구하고 있어 북한의 무역일꾼들이 난감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전언이다.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은 14일 “신흥무역회사나 대흥무역회사를 비롯해 신의주에서 활동하는 대중(對中) 무역회사들이 원료를 수출하지 못하고 인삼술, 인삼차, 담배, 비누, 화장품 등의 가공품 수출에 골몰하고 있다”며 “더 잘 팔리게 하려고 포장 등 여러 가지 면으로 가공품을 개선하고 있으나 중국 쪽에서는 여전히 원료를 더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내각의 지시가 하달된 이후로 무역회사들은 국내에서 가공품을 위탁 생산하고 이를 수출하는 방식의 무역을 지속하고 있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원료 말고 가공품 수출하라” 지시에 평북 무역회사들 ‘혼란’)

그러나 대부분의 무역회사는 이런 방식의 수출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북한에서 가공 생산된 제품들은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그럼에도 외화벌이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무역회사들은 중국 현지 시장에서의 수요를 높이기 위해 가공품의 포장 디자인을 수정하고, 일부 제품은 중국의 디자인 회사와 협업해 세련되게 바꾸기도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실제 랴오닝성 단둥시 일대 기념품 상점들에 북한산 가공품이 판매되고 있지만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인 소비자들은 포장만 새로워졌을 뿐 품질에는 변함이 없다며 구매를 꺼리는 분위기로 알려졌다.

실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 측 무역업자들은 예전처럼 잣이나 콩, 약초, 인삼 등 원료를 요구하고 있어, 북한 무역회사들은 당국의 가공품 수출 정책과 괴리된 현실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소식통은 “원료 수출 억제 및 가공품 수출 확대 정책이 지속되고 있는 와중에 이달 5일 내각에서 외화벌이 성과 확대 지시까지 내려져 무역일꾼들의 부담이 더 커진 상황”이라며 “중국 대방들은 가공품 개선 노력을 인정한다고 하면서도 계속 원료만 받길 원하니 무역일꾼들의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 당국은 9차 당대회를 앞두고 성과를 끌어올리려 지난달부터 무역회사들 간 경쟁 구도를 만들어놓고 외화 수익을 확대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각 무역회사는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고심 중인데, 대부분 품질 개선보다 가공품을 더 ‘그럴듯하게’ 보이는 데 더 치중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일부 무역회사는 샘플 제품에 특별히 신경을 써서 중국 대방들에게 선보인 뒤 실제 수출 물량은 이전과 동일한 제품으로 내보내면서 중국 대방들의 신뢰를 잃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렇게 수출한 가공품이 중국에서 팔리지 않으면 결국 그에 따른 손해는 무역회사와 무역일꾼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원료와 가공품을 함께 수출할 때는 수출 성과가 나쁘지 않았지만 국가가 가공품만 수출하라는 지시를 하면서 무역에서 성과를 내기가 힘들어졌다”며 “무역은 중앙과 지방 경제가 숨 쉴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데, 위에서는 내리 먹이기만 하고 현장의 의견은 듣지 않으니 성과가 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