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에서 현실적인 이유로 결혼식도 혼인신고도 하지 않고 사실혼 관계로 동거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북한에서는 사실혼이 금지 행위로 여겨지지만, 사실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점차 관대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13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은 “결혼식도 결혼등록(혼인신고)도 하지 않고 함께 사는 20~30대 청년들이 신의주에 상당히 많다”며 “요즘 젊은이들은 부모 세대와는 인식과 생활방식이 완전히 달라 사실혼을 창피하다고 느끼지 않고, 오히려 미래 계획과 생활 안정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현세대 북한의 청년들이 결혼식과 혼인신고를 꺼리는 이유는 단순명료하다. 경제난과 이혼에서의 복잡한 절차와 뇌물 요구라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신의주의 30대 A씨 부부는 결혼식도, 혼인신고도 하지 않고 함께 살고 있다. 결혼식은 허례허식에 불과하고 혼인신고는 오히려 피곤함만 불러온다는 생각에 사실혼 관계로 동거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는 게 이 부부의 말이다.
A씨 부부는 “결혼식을 하지 않는 게 창피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양쪽 부모님들이 ‘합상’으로라도 결혼식을 올리자고 했지만, 차라리 결혼식에 쓸 돈을 우리에게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막대한 결혼식 비용을 다른 데 쓰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전통적으로 신랑 쪽과 신부 쪽에서 각각 결혼식을 올린다. 다만 경제적으로 여의찮으면 양가가 비용을 나눠 한 곳에서만 식을 올리는 ‘합상’ 문화도 있는데, 요즘 북한의 젊은 세대들은 A씨 부부와 같이 이마저도 생략하고 결혼식을 아예 하지 않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A씨 부부는 결혼식에 쓸 비용을 주택 구입 자금에 보탰고, 그렇게 마련한 집에 세를 놓아 다달이 생활비로 쓰고 있다고 한다. A씨 부부는 “현실적인 문제를 따지는 많은 젊은 부부들이 우리와 같은 생각으로 살아간다”며 “그래서인지 사실혼 부부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부정에서 긍정으로 바뀌고 있다”고 했다.
사실혼은 부부 관계를 정리하는 데 있어서도 훨씬 용이하다는 게 또 하나의 장점이라고 A씨 부부는 말한다. 이 부부는 “여기(북한)서는 이혼이 절차적으로도 복잡하고 뇌물이 없으면 이혼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혼하려면 노동단련대에 가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며 “부부가 돼 살아봤더니 막상 잘 맞지 않을 수도 있으니 돌이키기 쉽게 일단 결혼등록 없이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혼 부부들은 거주 등록 문제로 인민반장 등으로부터 지속적인 독촉을 받지만, 법적 절차 없이 관계를 정리할 수 있다는 자유로움을 포기하지 않으려 해 이런 독촉을 버티며 살아간다는 게 A씨 부부의 이야기다.
북한 당국은 지난 2021년 제정한 ‘청년교양보장법’ 제41조 청년들이 하지 말아야 할 사항에 이혼, 조혼을 하거나 사실혼 생활을 하는 행위를 명시해 놓고 있다.
북한은 사회주의의 기초가 되는 기층 단위를 가정으로 보고, 가정을 공고히 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혼 관계에 있는 부부들은 갈등이 생기면 해결보다 결별을 택하는 경우가 많아 안정적인 가정 유지가 어렵다는 점에서 당국은 이를 큰 문제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자녀를 둔 사실혼 부부가 하루아침에 갈라서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법적으로 부부가 아니기 때문에 한쪽이 양육과 생계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불안정성 때문에 사실혼 생활을 하는 젊은 청년들 사이에서는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사실혼이 저출산 문제로도 이어지고 있는 셈인데, 요즘 젊은 세대는 당장 먹고사는 문제, 생활 안정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며 “국가에서도 이런 점을 우려해 사실혼 행위를 금지하고 정상적으로 가정을 이뤄 살라는 교양을 지속하고 있지만 경제난을 겪는 청년들에게는 그런 교양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