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북한 황해북도 사리원시에서 고급중학교(고등학교) 여학생들이 담배를 피우다 적발돼 사상투쟁회의에서 집중 비판을 받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들의 흡연이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북한에서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인 데다 한국 콘텐츠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문제시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31일 데일리NK 황해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19일 사리원시 대성고급중학교에 다니는 여학생 5명이 골목에서 담배를 피우다 청년동맹 지도원에게 현장에서 적발됐다.
북한에서 여성들의 흡연은 사회주의 도덕과 생활 규범에 어긋나는 중대한 일탈 행위이자 자본주의 날라리 문화로 간주된다. 이 때문에 북한에서는 여성들이 공개적인 장소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데, 여성들 그것도 10대 청소년들이 골목에서 흡연하다 적발되면서 사안이 심각하게 다뤄졌다.
소식통은 “남학생들의 흡연은 드물지 않지만 어쨌든 단속 대상”이라며 “그런데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여학생들의 흡연이 적발됐으니 훨씬 더 중대한 문제로 여겨졌다”고 말했다.
즉각 학교로 불려 간 여학생들은 “한국 영상물에서 담배를 피우는 여성들의 모습을 보고 세련되고 멋있다고 느껴 호기심에 담배를 구해 피웠다”, “지난 봄부터 방과 후에 인적이 드문 골목에서 몰래 동무들끼리 모여 담배를 피웠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학교 측은 학생들이 속해 있는 학급별로 사상투쟁회의를 조직해 학급 친구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집중 비판을 받도록 했다. 잘못을 저지른 학생들을 교실 앞에 세워 두고 학급 친구들이 차례로 돌아가며 비판하게 해 부끄러운 행동을 저질렀음을 느끼게 하고 반성하도록 하는 조치다.
당초 학교 측은 전체 교직원들과 학생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사상투쟁회의를 여는 방안도 고민했으나 이 사실이 시 교육부에 보고되면 교장을 비롯해 담임교사들까지 모두 문책을 받고 학교의 명예도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학급별로 사상투쟁회의를 여는 것으로 최종 정리했다고 한다.
실제 학급별로 진행된 사상투쟁회의에서는 “대갈통(머리통)이 썩었다”, “여자 망나니” 등 흡연한 여학생들을 향한 학급 친구들의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졌고, “사회주의 조선에서 여성이 그것도 사회에 진출하지 않은 미성년자가 어떻게 담배를 피울 수 있느냐”는 등의 비판도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가 하면 학교 측에서는 해당 학생들의 부모를 불러 사안을 알리고, 각 가정에서 자식들에 대한 교양과 단속에 각별히 신경 쓸 것을 당부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학교 측은 전체 여학생들을 상대로 유사 사례가 있는지 전수 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향후 이런 일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지도를 강화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