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당국이 올해 8·15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각 도 당위원회에 선전·선동 사업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평안남도 당위원회는 평양 견학이나 휴양권을 걸고 시·군 당위원회 간부 가족 대상 경연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도당 선전선동부는 지난 12일 도내 시·군당 선전부에 “간부 가족 기동예술선동대 경연을 의의 있게 조직하라”는 지시를 하달했다.
이에 따라 각 시·군당은 본격적인 경연 준비에 돌입한 상태다.
도내 시·군당 간부 가족이 참여하는 이번 경연의 예선은 오는 21일부터 주요 공장 및 농장에서 순회 심사 형식으로 보름간 실시되며, 결선은 내달 10일 도 소재지인 평성시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도당은 이번 경연에 대해 “항일 무장투쟁과 조국해방의 전통을 계승하는 정치축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런 가운데 도당이 파격적인 포상 조건을 내걸면서 경쟁이 과열되는 분위기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1등을 한 단위에는 평양 1박 견학 후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이하 갈마지구)에서 2박 3일간 집체 휴양을 제공한다는 포치(지시)가 떨어졌다”며 “예상치 못한 포상에 간부 댁들이 눈에 불을 켜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갈마지구를 이달 1일 개장한 후 대내외적으로 ‘최고급 관광지’로 선전하고 있다. 이에 갈마지구는 북한 주민들의 가장 선망하는 휴양지로 떠오르고 있는데, 도당이 바로 이런 분위기를 읽어내고 갈마지구 휴양권을 내걸자 시·군당 간부 가족들이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경연 준비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간부 가족들은 인맥을 써서 사전에 심사 조건을 알아내거나 다른 단위에서 외부의 선전 전문가를 영입하지 않는지 예민하게 살펴보고 있다.
소식통은 “이전에도 일부 단위에서 간부 가족이 아닌 외부인을 동원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간부 가족들 중에 예술적 기량이 전혀 없는 경우도 많아 전문 선전원의 도움을 받는 것도 허용됐지만 경연이 경쟁적으로 흐르면서 외부 선전원 기용을 허용해선 안된다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 일부 당 간부들은 “이젠 안해(아내)를 얻을 때도 노래나 악기 하나쯤은 다룰 줄 아는 사람을 골라야 한다”는 농담 섞인 말을 하기도 한다는 전언이다.
한편, 일반 주민들은 갈마지구 휴양권이 걸린 간부 가족 기동예술선동대 경연이 열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싸늘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간부 가족들은 늘 먹을 것도 많고, 차를 타고 다니면서 풍족하게 사는데 이제는 공짜 관광까지 가는 것이냐”, “이런 경연이 당의 정치선전이라니 기가 막힌다”라는 등 비난 목소리도 내고 있다.
특히 주민들은 평소 간부 가족들에게 가지고 있던 불만도 쏟아내고 있다. 실제로 주민들은 “우리는 수시로 동원돼 땀흘려 일하는데 간부댁들은 동원 나와도 20~30분 노래 몇 곡 부르고 사라진다”며 “간부 가족들은 늘 특별 대우를 받는데 이번에도 갈마지구 휴양을 시켜준다니 화가 난다”는 말을 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경연 자체가 문제되는 건 아니지만, 간부 가족들만 대상으로 하는 행사의 포상이 남다르다 보니 일반 주민들이 박탈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