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주민 맞춤형 MP9도 개발?…콘텐츠 자동 삭제 기능 탑재

문화·메시지 담은 기기 조용히 유포하는 전략…소식통 “외부 콘텐츠가 北 주민 일상에 스며들게"

북한 청년층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중국산 미디어 재생 기기 ‘MP8’. /사진=데일리NK

최근 중국에서 북한 주민을 겨냥한 ‘MP9’ 전자기기 개발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MP9은 MP7과 MP8 후속 버전의 기기로, 화질 향상과 콘텐츠 자동 삭제·열람 기록 관리 기능 등이 새롭게 탑재될 예정이라고 한다.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4일 데일리NK에 “지금 여기(중국)에서는 MP9이라는 이름의 기기 설계가 한창”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기기 외형 측면에서도 접이식 등 여러 가지 형태의 개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주목되는 점은 MP9에 콘텐츠 자동 삭제 기능이 탑재될지다. 이는 북한 당국의 외부 콘텐츠 검열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기기 사용자인 북한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기능을 정확히 파악하고 단속 가능성을 낮춰 심리적 안정감을 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소식통은 “화질과 같은 기본적인 사양을 높여 콘텐츠 몰입도를 높이겠다는 것도 있지만, 중요한 건 북한 주민들의 콘텐츠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정교한 장치로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외부 콘텐츠를 북한 주민들의 일상에 스며들게 하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에서 유행하고 있는 MP7, MP8도 애초에 북한 주민만을 위한 ‘맞춤형 기기’로 설계된 제품이라고 한다. MP8의 경우 라디오나 와이파이 기능이 탑재돼 있지 않거나 비활성화시킬 수 있어 당국의 단속에 걸릴 위험이 적다는 것이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중국산 MP8도 유입…단속 회피 유리해 北 청년들에게 각광)

소식통은 “이건 단순한 중국산 싸구려 기기가 아니라 처음부터 북한 주민용으로 만들어진 기기”라며 “중국 소비자들이 쓰기엔 기능이 너무 떨어져서 중국 내에서는 아예 팔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기기에는 콘텐츠가 담긴 SD카드도 포함되는데, 초기에는 중국 드라마나 다큐멘터리, 교육 영상 등 한글 자막이 달린 콘텐츠들이 담겨 북한 내부로 유입됐다. 일부 콘텐츠는 “이런 걸 넣어달라”는 북한 쪽 브로커들의 요구에 따라 담기기도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무엇보다 이런 기기들은 단순히 개인 사업가나 민간 기업이 설계하는 게 아니라는 전언이다. 중국 공산당, 공안 등과 연결된 단위가 설계에 관여하고 있고, 유통 역시 비공식 가이드라인에 따라 안전하게 북한 내부로 유입되는 정황도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중국)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지시를 내리지는 않지만, 민감 지역(북한) 수출에 대해서는 전략적으로 묵인하고 있다는 게 암암리에 공유되고 있는 내용”이라며 “북한에 들여보내는 건 (중국 정부가) 안 막아 도리어 이런 기기는 넘기기 쉽다는 말도 들린다”고 했다.

이에 따라 중국 내부에서는 이 같은 기기 유통이 단순한 상업 행위가 아니라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종의 정보 자극 전략으로 이해되고 있는 분위기다.

소식통은 “북한 사람들이 중국에서 보낸 콘텐츠를 보면서 만족하고 살면 굳이 목숨 걸고 강을 넘지 않아도 된다고 보는 게 중국 쪽의 계산”이라며 “중국을 좀 더 이해하게 하면서도 탈북 등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심리전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당국은 이미 북한 내부에 널리 퍼진 MP7과 MP8 단속 움직임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관련 기사 바로 보기: 北 신형 미디어기기 단속 착수…핵심 표적은 ‘MP7’, ‘MP8’)

그런데도 중국 측에서는 북한 주민의 생활과 인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MP9 등 신형 기기를 지속 설계·개발하겠다는 계획이라고 한다. 소식통은 “중국은 기기를 조용히 넣고, 거기에 문화와 메시지를 담아서 북한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전략을 쓰고 있는 중”이라면서 “그렇다 하다 보면 어느 순간엔 주민들이 생각을 바꾸게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상용 기자
sylee@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