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양미술대학이 올해로 80주년을 맞는 조선노동당 창건일(10월 10일)을 앞두고 전교생을 대상으로 창작 및 전시 과업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4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평양미술대학 당위원회는 지난달 25일 ‘10월 10일 경축 미술 전시회’를 10월 초에 진행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각 학부·학과별로 기념 주제 창작물을 제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우선 8월 말까지 1차로 창작물을 완성하고 9월에 중간 심사를 거친 뒤에 최종적으로 내놓는 일정을 제시했으며, 10월 초 교내 전시와 외부 전시를 병행할 것이라는 계획도 알렸다.
이에 따라 각 학부는 당의 요구에 부응하는 창작물 제작에 본격 돌입했다. 이 가운데 출판화학부와 회화학부는 전공 특성에 따라 선전화(포스터), 벽화 등 주요 선전물 제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이런 전시회가 있을 때 가장 고생하는 건 출판화학부 선전화학과 학생들과 회화학부 벽화학과 학생들”이라면서 “조선화학부를 전공하면 졸업 후에도 배운 기술을 써먹을 수 있지만, 이런 학부·학과는 대학에서도 내내 고생만 하고 졸업해도 ‘먹을 알’이 없어 인기가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대학 당위원회는 선전화나 벽화가 당 선전선동의 핵심 수단이며, 국가 기념일 행사에 맞춰 제작된 작품들은 곧 대학의 성과로 직결돼 평가된다고 강조하면서 관련 전공 학부·학과들에 번뜩이는 창작물 제작을 다그치고 있다.
소식통은 “대학 당위원회는 미술 인재 양성의 최고 전당에서 공부하는 영예와 긍지를 작품마다에 담아야 한다고 강조하는가 하면 이번 당 창건일 기념 전시회를 계기로 사회주의 조국을 빛낼 수 있는 인재로 한층 성장해야 한다며 학생들을 독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압박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실제 선전화학과 학생들은 “당 창건 80돐(돌) 경축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사상 교양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선전화 제작에 온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교수들의 채찍질과 잔소리에 시달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편, 현재 평양미술대학 학생들은 평양시 내에 상징적인 조형물들이 있는 장소들을 중심으로 돌아다니며 야외 스케치 작업에 한창이라고 한다.
소식통은 “요즘 미대 학생들이 무더위 속에서 화성지구 살림집과 전승기념관, 대성산혁명열사릉 등지에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며 “새로운 창작물을 반드시 기한 내에 제출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초조함이 얼굴에 역력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