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평안북도 태천군의 고급중학교(우리의 고등학교) 학생들이 인근 공군 비행장 제초 작업에 집단 동원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대 학생들을 군(軍) 시설 관리에 반복적으로 동원하면서 제대로 된 부상 치료도, 식수 등 기본적인 물자도 제공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3일 데일리NK의 북한 내부 군 소식통에 따르면 태천군 읍 소재 고급중학교 1~2학년 학생들은 지난 6월 말부터 이달 중순까지 태천 공군 비행장 주변 제초 작업에 투입될 데 대한 학교의 지시에 따라 매일 오후 현장에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학생들은 오전 수업을 마친 후 오후에 작업 현장으로 이동해 저녁까지 맨손으로 낫을 들고 풀을 베고 있는데, 장갑과 같은 기본적인 보호장비는 물론 다쳤을 때 필요한 응급약도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지난달 29일 오후에 한 학생이 작업 도중 낫에 손가락을 베여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으나 군의관이 지혈제나 소독약도 아닌 담뱃재를 상처 부위에 바르는 식으로 응급처치를 했다”며 “현장에 있던 교원들이 비위생적인 처치에 경악하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 학생은 담뱃재 응급처치 외 별다른 조치 없이 그냥 귀가했다”며 “결국 이 학생의 상처는 부모가 자체로 약을 구해 치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작업은 대낮부터 해가 저무는 저녁 8시쯤까지 매일 이어지고 있는데, 학생들은 제대로 된 휴식 시간도 없이 계속 작업에만 투입되고 있다. 또 물과 같은 기본적인 물자도 제공되지 않아 일부 학생들은 탈진 증세를 보이고 일부는 물을 마시기 위해 인근 사택을 왔다 갔다 하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동원은 특히 이달 중순 예정된 공군사령부 지휘부 하기훈련 관련 시찰을 대비해 강화된 것이라고 한다.
태천 비행장에 상주하는 공군 병력이 있음에도 학생들이 동원되는 이유는 부대 시설 관리 인력과 장비 부족 때문이라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소식통은 “해마다 시기가 되면 부대 인근 학교 학생들이 군인들 대신 비행장 눈치기(눈치우기)와 풀 뽑기에 동원되는 것이 관행이 됐다”며 “비행장은 사실상 방치 상태에 가까워 인근 학교 학생들이 실지적인(실제적인) 주 관리 인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군 시설 정비 작업에 반복적으로 동원되는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다고 한다. 다만 학교들 대부분이 공군 부대로부터 조금씩 지원을 받고 있어 풀이 무성해지는 여름철과 눈이 많이 내리는 겨울철 비행장 시설 정비에 발 벗고 나설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현지 주민들 특히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학생 노력이 없으면 비행장 일상 관리가 불가능한 실정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 “여름엔 풀베기, 겨울엔 눈치기까지 학생들에게 의존하는 구조는 잘못된 것”이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10대 학생들이 이렇게 동원되는 현실은 유엔 아동권리협약 가입국으로 해당 협약 준수 의무가 있는 북한 내 아동 인권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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