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경남도 함흥시의 한 소학교(초등학교)의 자연관찰 수업 도중 학생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교육 당국이 교수안 준수와 학생 관리 강화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사고의 책임을 일방적으로 교사에게 돌리고, 향후 유사 사건 발생 시 처벌 가능성까지 언급하면서 교사들 속에서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3일 데일리NK 함경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함흥시 성천강구역의 소학교 한 학급이 인근 산에서 자연관찰 수업을 진행하던 중 학생 1명이 발을 접질리는 사고를 당했다.
자연관찰 수업은 계절 변화에 따른 생태 관찰을 목적으로 하는데, 산이나 강이 멀리 떨어져 있는 지역의 학교에서는 여름철인 6~7월에 수업 일정을 몰아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성천강구역의 소학교 담임교사도 여름철을 맞아 자연관찰 수업을 위해 맡은 반 학생들을 데리고 인근 산에 올랐고, 실제 산속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과정에 한 학생이 다치는 일이 벌어졌다. 담임교사는 다친 학생을 직접 들쳐업고 산에서 내려와 무사히 귀가시켰다고 한다.
그런데 이후 성천강구역 관내 모든 소학교들에 “자연관찰 수업은 반드시 교수안에 따라 정확히 집행하고, 학생의 안전 및 행동 관리를 철저히 할 것”이라는 내용의 구역 인민위원회 교육부 지시문이 내려졌다.
자연관찰 수업 중 학생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은 앞서 구역 내 교장·부교장 회의에서 구체적으로 언급됐고, 이에 구역 교육부가 재발 방지 차원에서 해당 지시문을 내린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구역 교육부는 특히 지시문에 이번 사고 경위와 해당 학급 담임교사의 이름까지 밝히면서 “향후 유사 사고 발생 시 해당 교원을 처벌해 교원들이 정신을 차리도록 할 것”이라며 처벌 가능성까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지시문에 교사들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실제 소식통은 “교원들은 정식 교육 과정에 있는 자연관찰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산에 오른 것이고 심지어 교수안에도 명시된 ‘범놀이’ 활동을 하다가 벌어진 사고인데, 의도치 않게 벌어진 일을 가지고 교원들의 책임을 운운하는 처사에 깊은 반감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특히 교사들 속에서는 “학생들에 대한 책임감이 없다면 애초에 교단에 서지도 않는다”, “교원의 이름까지 밝히며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는 것은 교원들을 옭아매는 짓”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이런 분위기에서는 생태 관찰이라는 교육보다 외부 활동 중 사고만 나지 않게 하자는 게 우선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소식통은 “지금도 일부 학교들에서 자연관찰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담임 교원들은 학생들이 관찰을 하면서 궁금해하는 것들에 건성으로 답하면서 학생들을 통제하는 데만 급급해하고 있다”면서 “수업보다는 등산으로 여기며 교육의 기본 목적을 상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 학교들의 자연관찰 수업과 관련해서는 돋보기와 같은 교구 부족이나 학부모들의 도시락 준비에 따른 부담감 등 여러 가지 문제들도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