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포조선소, 노동자들 책임성 높여야 한다며 강제 연장근무 지시

청진조선소 진수 실패 사고 들먹이며 정시 퇴근 못하게 해…노동자들 "애국심으로 용접 되나"

2018년 7월 청진조선소를 시찰하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화면캡처

청진조선소에서 발생한 구축함 진수 실패 사고로 책임자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등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친 것과 관련, 신포조선소가 노동자들의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며 무보수 연장근무를 강제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는 노동자들의 생계를 외면한 불필요한 조치라며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25일 데일리NK 함경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신포조선소 당위원회는 지난 17일 내부적으로 회의를 열고 “청진조선소 사고는 선박노동계급 전체의 수치”라며 “신포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맡은 일에 대한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선소 당위원회는 각 직장 작업반별로 연장근무를 조직하고, 노동자 개개인은 하루 근무일지를 꼼꼼하게 기록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또 “퇴근 즉시 귀가하는 태도는 혁명성이 부족한 표현”이라면서 각 작업반 세포비서가 노동자의 태도와 퇴근 시각, 임의 이탈 여부 등을 보고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소식통은 “신포조선소 노동자들이 퇴근을 제시간에 못 하고 매일 1~2시간씩 남아 이일 저일 하고는 있지만, 연장 작업에 따른 추가 노임도 없고 그렇다고 배급이 내려지는 것도 아니다”라며 “할 일이 없어도 있는 척이라도 하라는 식의 직장 내 간부들의 요구가 노동자들의 불만을 더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신포조선소의 한 노동자는 “평소에도 일감이 없어 잡일로 시간을 채우기 일쑤인데, 지금은 퇴근하면 눈치를 줘서 억지로 남아 있다”며 “차라리 일이 있어서 하면 좋겠는데 일이 없는 상황에서 퇴근하는 것도 눈치를 봐야 하니 참 난감하고 더러운 기분이 든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이런 강제 연장근무가 노동자들의 생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현장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퇴근 후에 장마당에서 일하는 집사람을 도와야 하는데 퇴근 시간을 늘려놓으면 거들 틈조차 없어진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고, 상부에 잘 보이려는 당위원회 때문에 괜히 우리만 힘들어진다며 불평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했다.

조선소에서 받는 월급만으로는 가족들이 먹고살기 어려워 아내들이 장마당에서 경제 활동을 하는 것으로 겨우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노동자들은 조선소 당위원회의 보여주기식 강제 연장근무 지시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그런가 하면 일부 노동자들은 “청진조선소에서 발생한 사고는 열악한 조건에서 발생한 기술적 문제인데 이것을 책임성 부족, 충성심 부족 탓으로 돌리는 건 잘못”이라며 “애국심으로 용접이 되겠느냐”며 비꼬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