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협업 플랫폼 ‘평양성’ 프로그램 개발…어떤 기능있나 보니

온라인 영상 회의, 자료 공유, 보안 기능 갖춰…현재는 일부 핵심 기관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사용

평양성 프로그램 가상 화면. /사진=구글 생성형 AI 모델 제미나이(Gemini)

북한이 기업용 협업 플랫폼인 ‘평양성’이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주요 기관에서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온라인 영상 회의, 자료 공유, 보안 기능을 갖추고 있는 등 기관·기업소의 업무 전반을 통합 관리하는데 이용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데일리NK는 입수한 북한 스마트폰 ‘삼태성8’의 내부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평양성 대화기에서 만납시다’, ‘평양성 전자대화 의뢰기로 련계(연계)합시다’, ‘평양성 대화기에서 구체적으로 토론합시다’와 같은 문구를 발견했다. 이에 북한 내부 소식통을 통해 평양성에 대한 취재를 진행했다.

소식통은 “평양성은 내부 전용 통신망(인트라넷) 기반의 문서 송수신, 음성 통화, 영상 통화 및 자료 공유 기능을 가진 기관·기업소용 체계(시스템)”라며 “국가적 사업으로 추진되면서 국무위원회 기술국 지시에 따라 연합 기술조가 동시에 많은 인원이 접속해 이용할 수 있는 체계를 연구 개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평양성은 중국의 딩딩(钉钉, 알리바바 그룹이 개발한 기업 전용 협업 플랫폼), 러시아의 마이오피스(MyOffice, 문서 작성 소프트웨어)의 북한판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평양성 주요 기능 세부 설명
대화 기능 (채팅) 실시간 문자 채팅, 문서 공동 열람 및 협의, 텍스트 수정 기능
영상 통화 1:1 및 다자간 영상 통화 지원. 기존의 ‘대화원’, ‘락원’과 유사한 방식으로 가상 회의실에 참여
음성 통화 인트라넷(전자망)을 이용한 음성 통화 및 음성 메시지 전송. 통화 내용을 녹음 파일로 저장하는 기능 포함
문서 송수신 내부망을 통해 문서를 송수신하는 기능. 정해진 특정 파일 형식만 사용 가능할 것으로 추정
화상 회의 다자간 화상회의 기능. 전체 화면 공유 및 참가자 화면을 바둑판처럼 분할해 보는 ‘타일(Tile) 뷰’ 방식 지원. 부서별로 동시에 여러 회의 진행 가능
자료 열람 및 편집 문서, 전자책, 파일 등 다양한 자료의 공동 열람 및 편집 기능. 수정 내역을 실시간으로 화면에 표시(현시)
통보문 수신 중앙기관에서 하달하는 긴급 통보, 행정 지시, 강연 및 학습 자료 등을 수신하는 별도의 기능 탑재
저장 공간 (클라우드) 사용자 또는 기관별로 자료를 저장할 수 있는 클라우드 저장 공간 제공. 기본 제공량이 부족할 경우, 이용료를 내고 추가 용량을 구매할 수 있는 유료 모델
북한 업무 플랫폼 ‘평양성’의 주요 기능. /자료=북한 내부 소식통 인용

소식통에 따르면 평양성은 회의 지원, 자료 공유, 대용량 파일 전송 등 기업용 온라인 업무 플랫폼의 핵심 기능을 갖춘 프로그램인 것으로 파악된다.

소식통은 평양성의 기능에 대해 “단순한 음성·영상 회의는 물론 정책 지시 전달과 대용량 영상 파일 공유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기록을 남기지 않고 시청만 하도록 하는 ‘보안 문건 회의’ 기능, 회의의 중요도나 접속 기기에 따라 비밀 등급을 다르게 설정하는 보안 기능도 갖추고 있다”고 했다.

이어 소식통은 “실시간으로 화면 자료를 공유하고, 첨부된 문서를 회의 참석자들이 공동으로 수정하며 열람하는 기능도 있다”며 “업무 지시를 하는 사람이 문서에 업무 현시(표시)를 하거나 삭제, 정책 자료 통보(전달)도 할 수 있고 내부 기관 알림도 설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평양성 프로그램 가상 화면. /사진=구글 생성형 AI 모델 제미나이(Gemini)

다만 평양성은 아직 전면 상용화 단계는 아니며, 일부 핵심 기관을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현재 평양성은 중앙 및 지방의 당·행정·법 기관, 주요 기업소와 연구소, 대학 등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했다. 또 “다음 단계 기술 발전(업그레이드)에 참여하는 개발 단위나, 평양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통신망을 시험하는 기관들이 주된 사용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가입은 개인이 아닌 국가의 특별 허가를 받은 단위별로 이뤄지는데, ‘일괄 등록제’로 매우 엄격하고 까다롭게 진행된다고 한다.

소식통은 “사용을 원하는 기관이 신청서를 작성해 여러 단계의 수표(결재)를 거쳐 최종적으로는 내각 정보산업성의 승인을 받는 구조”라며 “승인이 나면 해당 기관에서 사용할 전용 접속 장비와 단말기의 고유 정보를 등록하고 담당 관리자의 접속 권한을 부여하는 절차가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평양성은 개인이 자유롭게 가입해서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아니며, 국가로부터 승인을 받은 특정 기관들만 사용하는 비공개 프로그램으로 보인다. 기관들조차 복잡한 신청 및 승인 절차를 모두 거쳐야만 해 철저한 통제 속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편, 프로그램 이름으로 ‘평양’이 사용된 것은 정치적인 의미도 담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평양이라는 이름은 그 자체로 정치적인 상징성이 있는 것이고, ‘당의 영도가 당 중앙청사에서 시작되듯 모든 통신 역시 중앙에서 집중 관리한다’는 의미가 반영돼 있다”며 “여기에 ‘성’(城)을 붙여 해킹이나 정보 유출로부터 안전한 ‘전자의 요새’라는 의미를 더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내부에서는 ‘평양성에서 연결하자’는 말 자체가 ‘보안이 유지되는 비밀 통로로 대화하자’는 일종의 암호처럼 통용되고 있다”며 “‘평양성 안에서 나눈 말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는다’는 믿음이 사용자들 사이에 형성돼 자연스럽게 비밀의 표식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