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축함 사고 후 숙청 공포 여전…처벌 일변도 대처에 비판도

공포 통치에 주민 불만 증폭…"시골 아낙네도 아이가 넘어지면 일으켜 세우는데 그보다 못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3일 “해군 구축함 진수기념식이 지난 12일에 라진조선소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날 진수식에 참석했으며 새로 건조한 구축함은 ‘최현’급으로, 함의 명칭은 ‘강건’호로 명명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5000t급 구축함 진수 실패 사고 후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다시 진수식을 열고 “해군 현대화의 새 시대가 도래했다”며 대대적인 선전을 이어간 가운데, 앞선 사고에 따른 무자비한 처벌이 뇌리에 박힌 주민들은 여전히 공포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복수의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19일 “라진(나진)에서 구축함 진수식이 잘 진행돼 다행이지만, 함북도 사람들에게는 지난 사고 이후 숙청에 대한 공포가 아직 남아 있다”며 “청진조선소 전체가 사고 이후로 숨도 못 쉬고 있었는데, 이번에 진수에 성공했으니 당분간 누군가가 끌려갈 일은 없을 거라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라진조선소에서 구축함 진수에 성공했다는 얘길 들은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과 다행이라고 말하며 무언의 눈빛을 주고 받았다”면서 “그만큼 숙청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감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는 얘기”라고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2일 진행된 구축함 진수식 연설에서 앞선 사고에 대해 언급하고 “이 사고를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국가의 존위와 자존심을 한순간에 추락시킨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심각한 범죄적 행위로 평가했다”며 “사고 발생 근원을 전면적으로 파헤치는 과정에 반드시 소거돼야 할 위해로운 인자들을 낱낱이 찾아내고 해당한 조치들을 취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북한 매체의 보도 영상에서는 김명식 해군사령관과 홍길호 청진조선소 지배인 등의 얼굴이 삭제되기도 해 북한이 공개적으로 밝힌 것보다 더 광범위하게 숙청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청진시 주민들 사이에서는 구축함 사고 이후 주요 책임자와 기술자들이 줄줄이 끌려간 것과 관련해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함경북도 소식통은 “청진조선소 진수 실패 때 원수님(김 위원장)이 격노해 간부와 기술자들이 구속되고 조사를 받자 ‘기술자들은 나라의 보배인데 그들을 잡아들인다고 뭐가 나아지겠냐’며 처벌로 일관된 국가의 대처를 비난하는 분위기가 나타났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이번 사고로 김정은식 공포 통치가 다시금 고개를 들면서 국가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도 증폭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소식통은 “청진시의 한 주민은 ‘당은 어머니이고 원수님은 어버이라 부르라면서 조금만 실수하면 바로 처벌하는 게 말이 되느냐. 시골 아낙네도 아이가 넘어지면 일으켜 세우는데 그보다 못한 게 지금의 어머니당’이라고 꼬집었다”고 전했다.

한편에서는 북한 당국이 군사력 증강을 위해 자원과 인력을 과도하게 집중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진수식을 보도로 접한 함경북도의 주민들 속에서는 실제 “핵이 있으면 강국이라더니 또 무슨 전력을 계속 키워야 하냐”,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람들에게는 진수식이고 핵이고 전혀 관심없다”는 반응이 나왔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일한 만큼 쌀과 노임만 줘도 다른 선전이 필요 없고 그게 진짜 강한 나라 아니겠냐”며 보여주기식 정치와 공포 통치에 몰두하는 북한 당국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