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담배 꼬나물지 말라”…평양시 흡연 집중 단속

금연운동 벌일 데 대한 지시문 내려져…일부 주민들 "원수님은 줄창 담배 입에 물고 다니시는데..."

북한이 주민들의 ‘사회주의 생활양식’ 확립을 강조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한 사상교육 동영상의 한 장면. 북한은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시는 등의 모습을 ‘문화 소양이 천박한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사진=데일리NK

북한 수도 평양에서 공공장소와 길거리에서의 흡연 행위에 대한 집중적인 단속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데일리NK 평양시 소식통은 18일 “중구역, 화성구역, 보통강구역, 평천구역 등 평양시 중심구역을 중심으로 해서 나아가 시 전역으로 금연운동을 벌일 데 대한 평양시 당위원회와 인민위원회의 공동 지시문이 지난 7일 내려졌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지시문에는 “담배를 집에서 피우는 것까지는 방해하지 않겠다. 아름다운 수도의 거리에서 담배를 꼬나물어 외국인들의 눈에 문화적으로 낮은 모습을 보여주지 말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지시문에는 담배의 유해성을 언급하며 각 조직의 간부들이 건강을 위해서라도 스스로 금연에 나서고, 솔선수범해서 금연운동을 지도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또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우는 행위에 대한 강한 지적이 있었는데, 이와 관련해 지시문에는 “어린 소년들이 담배를 배우지 못하도록 금연 투쟁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한편, 이번 지시에 따라 평양시에서는 7월 중순까지 한 달간 공공장소와 길거리에서 흡연하는 행위에 대한 집중 단속이 진행된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주요 단속 지역은 건늠길(횡단로), 버스 정류소, 공원, 영화관 앞, 대도로변, 다리 앞 등 유동 인구가 집중되는 곳들”이라며 “특히 청년들, 학생들과 여성들, 유아들이 많이 다니는 장소 위주로 단속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재 구역별 여맹(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직맹(조선직업총동맹)·청년동맹(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 소속 규찰대가 흡연 행위 단속을 진행하고 있는데, 통학로나 학교 주변에는 학교 교직원들까지 함께 배치돼 학생 집중 지도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작년에도 단속이 있었지만, 올해는 좀 더 강력한 단속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작년과 달라진 점은 중학교 남학생들에 대한 포괄적 감시와 호주머니 수색을 강화한 것”이라고 했다.

실제 규찰대는 길가는 학생들을 임의로 붙잡아 주머니를 뒤지고 있으며, 여기서 담배나 라이터가 나오면 해당 학교와 부모들이 속한 기관에 즉시 통보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단순히 통제하는 차원을 넘어서 단속된 대상의 성명·나이·성별을 대대적으로 공개하고 부모들이 소속된 기관에까지 통보해 단단히 교양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이번 지시에 담겨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주민들은 비판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어떤 주민들은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줄창(줄곧) 담배를 손가락에 끼거나 입에 물고 다니시는데 인민들은 건강이 염려되니 피우지 말라는 게 참 모순적이다’라면서 비아냥대거나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난 2020년 금연법을 제정하고 주민들의 금연을 지속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김 위원장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담배를 피우고, 그 모습이 방송이나 매체를 통해 그대로 보도되기도 하면서 금연 캠페인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