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정권 교체 이후 북한 간부들 사이에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대남 유화 분위기도 조성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정부는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 차원에서 9·19 남북 군사합의 복원을 추진한다는 구상인데, 최근 데일리NK와 접촉한 북한의 한 고위 간부는 윤석열 정부 때 파기된 9·19 군사합의가 복원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9·19 군사 분야 합의는 민주당이 추진한 구상이고, 또 평양을 방문해서 평양 시민들에게 깍듯이 인사하면서 따뜻하게 연설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했던 조치”라며 “평화와 호상(상호) 존중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복원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간부들의 뇌리에는 ‘9·19 군사합의=문재인 대통령이 했던 조치’라는 인식이 깊게 박혀 있는데, 이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과 같은 민주당에서 배출된 대통령이고 9·19 군사합의를 이끌어낸 민주당이 집권 여당이 된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의 의지에 따라 향후 이를 다시 복원하기 위한 협의가 이뤄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이야기다.
아래는 이 간부와의 일문일답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아무리 비싼 평화도 전쟁보다 낫다”며 “북쪽과의 소통 창구를 열고 대화 협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북측도 한국 정부와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인가?
“대화가 가능하냐 그렇지 않냐에 대한 판단은 기본적으로 1호(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정이다. 그러나 대화보다 전쟁을 좋아하는 국가는 없다. 한국의 새 정부가 외부 세력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주 노선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사대주의적인 입장을 보이지 않는다면 대화는 가능할 것으로 본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지 2주가 됐다. 당이나 국가보위성, 외무성 등에 대남 관련 지시가 내려온 게 있는지.
“현시점에서 당과 국가보위성, 외무성 등에 새로운 정책이 포치된 바는 없다. 적대적 두 국가, 통일 대상이 아니라 점령 대상이라는 대적론은 유지되고 있다. 우선은 리재명 정부의 실천 방향과 대조선(대북) 정책 및 관련 간부사업(인사)을 관찰하고 있다. 리재명은 ‘리명박-박근혜-윤석렬’로 이어지는 반공화국 압살 보수패당 정권과는 구분된 인물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과거 지방 행정간부 시절부터 우리와의 합작 사업이나 교류에 긍정적인 입장을 취해왔던 친화적인 인물이라는 평가가 있다. 다만 무엇보다 한국의 새 정부에 대한 분석에서 가장 눈여겨보는 점은 미국에 대한 의존도다. 친미 성향이 어느 정도인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한국 정부가 경제 협력이나 지원을 제안한다면 이에 북측도 적극적으로 나설까?
“직접적인 자금 이동이야 어렵겠지만 무역이나 민간 협력 통로 또는 외국 합작을 이용한 우회 지원은 과거 사례로 본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지 않겠나. 우리가 결심하고 달라붙으면 못 해낼 게 없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 한국의 통일부나 지방정부가 나설 수도 있겠지만 외국 단체나 기업을 끼워도 일없고(괜찮고), 화교나 재일 단체를 끼우는 등 어떤 형태로든 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의 새 정부에 대한 북한 내부 간부들의 반응은 어떤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가 있나?
“한반도 정세를 꿰뚫고 있는 고위 간부들은 리재명 당선을 정치나 군사 등 모든 면에서 기회 요인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실천이 따르지 않는 말뿐인 평화인지, 정말 평화를 원하는 것인지 지켜보자는 게 현재 상황이다. 실지(실제) 우리에게 이익이 보장되는 협력 제의가 있을 경우 제한적 대화는 가능하다는 입장이 현재로서는 우세하다.”
-국가정보원장에 남북 대화에 적극적이고 과거 햇볕 정책을 설계했던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지명됐다. 남북관계 회복에 도움이 되는 인사라고 보는지.
“리종석은 김대중 대통령의 정책을 수립했던 인물로 나이가 있는 간부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과거 우리와 접촉했던 경험이 있는 것은 맞지만 새로운 리재명 정부에서도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관계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도움이 될지는 결과만이 증명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국정원의 정보 및 첩보 기능 비중이 조절될 경우 우리에게는 유리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국정원 구조 차제가 반공적 기반이므로 경계심은 유지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