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선물 악기 ‘그림의 떡’…학교들 망가질까 ‘전전긍긍’

잘못되면 책임·비용 뒤집어쓸까 두려워 사용 꺼려…"그냥 놓고 바라보기만 하는 '정치적 상징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4월 2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수해지역인 평안북도, 자강도, 양강도에 새로 지은 학교에 피아노와 손풍금, 기타, 어은금, 가야금, 하모니카를 비롯한 악기들을 선물로 보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악기 선물을 대대적으로 선전했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수업이나 특별 활동에 선물 악기가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는 전언이다.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은 16일 “선물 악기를 받은 학교들 대부분이 이를 누가 책임지고 관리할지를 놓고 전전긍긍하는 상황”이라며 “이렇다 보니 실제 수업은 물론 음악 소조(특별 활동) 운영에서도 선물 악기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평안북도, 자강도, 양강도 수해 지역에 새로 건설된 학교들에 피아노와 손풍금, 기타, 어은금, 가야금, 하모니카 등의 악기를 선물한 바 있다.

당시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은 이를 보도하면서 “천지개벽한 고향 마을들에 자랑을 더해주는 멋들어진 학교들을 세워주시고 현대적인 교구비품과 교육 설비, 체육 기재들을 보내주신 데 이어 또다시 수많은 악기들도 안겨주시는 크나큰 배려를 돌렸다”며 김 위원장의 애민 리더십을 부각했다.

소식동에 따르면 악기를 받은 학교들은 지난 5월 초 도 교육 당국으로부터 “선물 악기를 대를 이어 전할 학교 연혁 자료로 보관하고 관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에 따라 각 학교는 악기를 관리할 책임 교사를 지정하는 작업에 나섰지만, 이에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소식통은 “원칙대로라면 학교 당비서와 청년동맹 지도원이 관리해야 하지만 악기가 분실되거나 고장 나는 경우 책임이 뒤따르기 때문에 누구도 악기 관리를 맡고 싶어 하지 않았고, 결국 대부분 학교에서는 음악 교원이 선물 악기를 관리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렇게 선물 악기를 철저히 보관·관리하라는 도 교육 당국의 지시가 내려오자, 각 학교에서는 수업이나 특별 활동에 선뜻 악기를 활용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소식통은 “초·고급(중·고등)중학교 모두 ‘음악 무용’과 ‘예술’ 수업 시간에 악기를 가르치는 시간이 있지만 이전에는 악기가 없어 음악 교원이 구두 설명으로 때웠다”면서 “지금은 악기가 있음에도 수업 시간에 사용하지 않는데, 고장났을 때 책임을 져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타 줄이 끊기거나 손풍금 건반이 깨져도 학교가 수리나 교체를 해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결국 관리 비용이나 책임이 교원이나 학생들에게 전가될 게 뻔하니 차라리 처음부터 쓰지 않으려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학생들 역시 선물 악기 사용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음악 소조 학생들은 개인 악기를 이미 갖고 있기도 하고, 선물 악기를 써보고 질을 평가한 학생이 비판받은 전례도 있어 선물 악기 사용 자체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지난 5월 말 신의주시에서 선물로 내려온 기타를 쳐본 한 학생이 ‘내 것보다 소리가 안 좋다’며 자기 기타를 쓰겠다고 말해 공개 비판을 받았다”고 전했다.

또한 어은금이나 가야금처럼 대중적이지 않은 악기의 경우 가르쳐 줄 수 있는 교사가 많지 않은 데다 새로 배우려면 비용이 많이 들어 이런 악기에 대해서는 학생들이 아예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도 교육 당국은 선물 악기의 적극적인 활용을 독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지난 5월 말 “당의 방침에 따라 학생들이 한 가지 이상 악기를 반드시 다룰 수 있게 하라”는 도당 교육부의 지시가 내려졌다는 전언이다. 김 위원장이 특별히 악기를 하사한 만큼, 이를 활용한 교육을 확대하라는 취지의 지시인 셈이다.

하지만 현장의 교사들과 학생들은 부담감 때문에 선물 악기 사용을 주저하는 실정이다. 소식통은 “원수님(김 위원장)께서 선물해 주신 악기는 교육 기자재가 아니라 ‘그림의 떡’”이라며 “앞으로도 그냥 놓고 바라보기만 하는 ‘정치적 상징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