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MP7’ 급속 확산…학습기기 탈 쓴 콘텐츠 창구

중국 콘텐츠 저장된 압축 메모리 카드와 함께 유입…"'은밀한 중국화' 현상이 퍼지고 있다"

최근 북한 청년·대학생들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는 중국산 휴대용 전자기기 ‘MP7’.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의 청년·대학생들 사이에서 중국산 휴대용 전자기기인 ‘MP7’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MP7은 2025년 2~3월경 남포특별시를 통해 국가 밀수로 처음 유입된 뒤 차츰 수도 평양으로까지 확산했다. 이 기기는 ‘학습기기’라는 명목하에 평균 70~130달러 선에서 활발히 거래되며, 실제 부모들이 자녀를 위해 구매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우선 기능 향상이 소비자들의 구매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 MP5나 MP6에 비해 MP7은 화면 크기(5인치)가 커지고 터치 감도도 좋아졌으며, 저장 용량이나 음질도 대폭 개선됐다. 또 외국어 회화, 단어장, 조중(북중)사전 등 다양한 학습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어 ‘실력형 외교관이 되기 위한 최신 학습기기’라는 이미지가 형성됐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기기 기능 향상은 단순한 제품 진화로만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중국이 (북한) 외국어 학습에 대한 열의를 갖고 있는 상류 청년층의 수요를 정확히 포착했다는 점에서 전략적인 의도가 담긴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MP7은 중국 콘텐츠가 저장된 압축 메모리 카드와 함께 유입되는 경우가 많아, 기기를 사용하는 학생·청년들이 자연스럽게 중국 콘텐츠를 접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입되는 중국 콘텐츠는 로맨스·코미디 영화나 경연 등 프로그램 등 대중문화 콘텐츠가 대부분이어서 크게 거부감을 일으키지도 않는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실제로 최근 북한 내부 청년들 사이에서는 중국 콘텐츠가 각광받고 있는데, 그 이유가 비교적 구하기도 쉬우면서 단속 위험이 적고 품질도 한국 콘텐츠 못지않아서라고 한다. 한국 콘텐츠를 보다 발각되면 처벌과 추방까지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중국 콘텐츠를 안전한 대체재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현재 평양 상류층 사이에서 고수풀을 활용한 중국식 요리가 유행하고 있는 것도 중국 콘텐츠 유입의 영향으로 분석했다.

그는 “2000년대 이후 남조선(남한) 연속극(드라마)나 영화가 비공식적으로 유입돼 사회 곳곳에서 ‘은밀한 남조선화’ 현상이 나타났다면 지금은 ‘은밀한 중국화’ 현상이 퍼지고 있는 것”이라면서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점점 남조선 문화에 거리감이 생기는 현상도 발생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MP7 기기가 처음부터 중국 당국의 문화 유포 전략 일환으로 개발된 게 아니냐는 의구심 섞인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中, 北에 콘텐츠 유포한다… ‘친중 정서·중화문화 확산’ 목표)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MP7을 넘어 최신형 태블릿 또는 노트북 형태의 중국산 전자기기 시제품이 남포 지역에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이런 기기 하나에 중국 영화, 노래가 같이 들어오고, 우리 학생들은 그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다 보니 중국식 문화가 전보다 훨씬 깊숙이 생활에 스며들고 있다”면서 “자막 없이도 알아듣자고 중국어 공부하는 젊은이들도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로서 북한 당국 차원의 MP7 단속 기준이 명확히 마련되지는 않았지만, 보위기관에서는 이를 ‘새로운 외부 문화, 정보 유입 경로’로 간주하고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향후 문제가 발생하면 기기 회수나 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도 충분하나 청년·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미 ‘암호 설정’, ‘파일 위장’, ‘이중 콘텐츠 저장’ 등 안전하게 사용하는 방법이 널리 공유되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