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北에 콘텐츠 유포한다… ‘친중 정서·중화문화 확산’ 목표

북한 주민들이 외부 콘텐츠를 시청할 때 사용하는 노트텔 기기. /사진=데일리NK

중국 랴오닝·지린·헤이룽장성 등 이른바 동북 3성의 선전부가 ‘문화상호발전협력사업’이라는 이름의 비공식 대외 문화교류 사업으로 북한 내 중국 문화 콘텐츠 확산 전략을 은밀히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3일 데일리NK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이 사업은 2023년 말부터 2024년 초 이어진 북중 간 문화교류 협력 행보를 계기로 기획됐다. 당시 류후이옌 중국공산당 랴오닝성위원회 상무위원(선전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랴오닝성 문화대표단이 북한을 방문한 바 있다.

중국 측은 해당 사업의 목표를 ‘문화교류’로 명시하고 있으나, 실제 의도는 북한 내 친중 정서 및 중화문화 확산, 북중 공동 정체성 기반 구축에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중국은) 문화만큼 중요한 관리 수단은 없다고 보고 있다”며 “북한 내 사상적·심리적 우호 환경 조성이 이번 사업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 인권 관련 활동 지원 중단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심산으로도 알려졌다.

소식통은 “중국은 미국이 대북 라디오에 철퇴를 내리는 등 정보전에 무감각해지고 있는 지금이 전략적으로 중요한 시점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면서 “지금이야말로 북한을 깊게 관리할 수 있는 기회라고 여기는 것”이라고 했다.

청년·간부·유학생까지 전방위 타깃…“자연스럽게 물들게 하라”

사업 대상은 북한 내부 일반 주민부터 청년층, 지방 간부, 해외 경험자, 국경 인근 거주민까지 포괄한다고 한다. 또 중국에 나와 있는 북한 유학생, 무역일꾼, 노동자, 실습생, 외교관 가족 등 다양한 계층도 주요 사업 대상으로 설정돼 있다. 최대한 많은 북한 주민에게 중국 문화를 스며들게 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중국은 북한 내에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유입·유포하겠다는 전략도 구축했다는 전언이다. 중국 건국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항일 영화, 현대 드라마 등 ‘사회주의 문명’을 강조한 시청각 자료를 북한에 지속 유입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중국은 중국인들의 일상생활과 중화문화를 소개하는 콘텐츠 일부를 북한어로 번역해 유입한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평양문화어’를 보호하겠다는 북한 당국의 심기를 최대한 건드리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동북 지역에 밀집해 있는 조선족들이 번역을 담당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고 전했다.

북한 내 중국 콘텐츠 유포는 은밀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중국산 MP5나 노트텔을 들여보내면서 중국 문화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하는 방식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중국 당국은 직접적이고 강제적으로 콘텐츠를 유입시키기보다 북한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방식이 중국 문화 확산에 더욱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북중 접경 지역에서 활동하는 북한 주민이나 무역업 관련 차량 운전사 등 일주일에 한두 차례 북중 국경을 넘는 북한 주민들을 주요 매개체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소식통은 “콘텐츠를 실어 나르는 별도의 망을 구축해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것이 중국의 입장”이라면서 “(중국은) 북한이 한국 콘텐츠를 강하게 통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중국 콘텐츠 통제가 느슨해진 것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국민통일방송이 북한 주민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 북한 미디어환경과 주민들의 외부 콘텐츠 이용 실태조사’에서 콘텐츠의 출처가 된 국가가 어디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88.4%가 ‘중국’이라고 답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