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북한 수도 평양을 중심으로 여성들의 운전면허 취득 수요가 눈에 띄게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운전면허 취득을 통해 능동적인 삶을 살고 경제활동도 주도적으로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여성들의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는 것이다.
10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평양 동대원구역의 여맹(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원 6명이 집단으로 4급 민수용 면허 취득 과정에 등록해 현재 매일 오후 3시간씩 정규 교육을 받고 있다. 이들은 자가용을 소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생일에 하루쯤 차를 빌려 드라이브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면허 취득에 열의를 보인다고 한다.
또 김일성종합대학에 다니는 여학생 다수도 면허 교육에 자발적으로 등록하고 있으며, 일부는 정규 교육 대신 부모나 지인 운전수(운전사)에게 개인적으로 운전을 배우며 실습도 하고 있다. 이중 일부는 몰래 차를 끌고 외곽으로 가 운전 연습을 하고 돌아오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세태는 북한 여성들이 도시 생활에서 자기 주도권을 확보하고, 소비자이자 주체로 전환되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소식통은 “우리(북한) 여성의 사회 참여 방식이 예전에는 생계형 노동력 제공에 국한됐지만, 최근에는 ‘문화 소비자’ 또는 ‘이동 능력의 주체’로 변모하는 흐름이 감지된다”며 “이는 단순한 운전면허 취득 이상의 사회적 전환”이라고 했다.
특히 이는 북한 여성들의 인권 의식이 확대되고 있는 흐름으로도 풀이된다.
과거에는 ‘치마 입고 자전거 타지 말라’는 식의 강압적 통제가 일상적이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21년 여맹에 보낸 서한에서 “여성은 가정에서 남편을 잘 떠받들고 아이들을 사회주의 전사로 키우는 데 헌신해야 한다”며 전통적인 성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오늘날 운전면허를 따고 직접 차량을 운전하겠다는 여성들의 행보는 그 자체로 ‘순응적 여성상’에 대한 조용한 반발이자, ‘이동권’, ‘선택권’ 등 권리를 스스로 체득해 가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소식통은 “요즘엔 남편보다 먼저 면허를 따는 안해(아내)도 있고, 딸이 엄마에게 면허시험 정보를 알려주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면서 “이제는 ‘직접 움직이는 사람’이 돈을 번다는 걸 여성들도 스스로 깨달아 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평양 화성구역을 중심으로 차량 임대 사업이 본격화된 이후 운전면허 신청자 수는 작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폭증했다고 한다. 차량을 이용해 장사하고, 연애하면서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영위하겠다는 열망이 운전면허에 대한 수요를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北, 차량 렌트 사업 시범 운영…평양 화성구역 중심으로 시작)
무엇보다 평양 청년층 사이에서 운전면허 취득은 하나의 ‘통과의례’처럼 여겨지고 있다. ‘남이 몰아주는 것 말고, 내가 직접 운전하겠다’는 의지가 불붙어 운전면허 시험 등록 대기자 명단은 이미 1년 반 치가 찼을 정도라고 소식통은 말했다.
소식통은 “요즘에는 운전면허가 단순히 차를 몰기 위한 자격증이 아니라 ‘삶의 선택권’을 갖겠다는 젊은이들의 상징처럼 되고 있다”면서 “시험 대기자가 1년 반씩 차 있고, 여성들도 자율적으로 등록하는 데다, 청년들이 주변 지인들에게 배우려는 모습까지 보면 평양 여성들, 청년들의 의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걸 느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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