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구역, 김정은 시대 상징하는 핵심지로…선대와 구별

정부 청사 및 주요 국가기관들 이전 검토 중…"중심지 옮기는 것 원수님 시대 여는 중요한 서막"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16일 “화성지구 1만세대 살림집 준공식이 지난 15일 성대히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딸 주애와 함께 준공식에 참석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직접 주도로 기획·설계된 평양시 화성지구가 북한의 새로운 정치·행정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소식통이 전해왔다. 선대(先代) 중심지였던 천리마거리(김일성 시대), 만수대거리(김정일 시대)와 구별되면서 김정은 체제의 상징성을 구현하는 핵심 공간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29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화성지구 건설은 김 위원장의 직접 지시에 따른 국가 중대 사업으로, 단순한 주거단지 개념을 넘어 간부집단의 거주지, 주요 행정기관, 교육기관을 통합한 복합 행정지구로 조성되고 있다.

천리마거리는 소형 평수의 고밀도 아파트와 노후화된 러시아식 난방 구조로 인해 실거주 환경이 열악하다는 평가를 받아왔고, 만수대거리는 고난의 행군(1990년대 중후반 대량 아사 시기) 이후 선군시대의 상징적 공간으로 여겨졌으나 단지 규모가 제한적이고 환경 여건도 균일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비해 화성지구는 도로 폭을 넓히고, 고층 아파트와 다양한 건축 양식을 도입해 도시 경관과 주거 쾌적성을 높였다는 게 북한의 자체 평가다. 단지 내 놀이터와 녹지 조성이 함께 이뤄지고 있으며, 간부 전용 고층 아파트와 부처별 연계 거주지가 구획화돼 있다는 점도 특징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미사일총국 가족 아파트’, ‘농업성 아파트’ 등 기능 중심 배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화성지구 주택은 일반 주민들의 관심도 집중시키고 있다. 특히 ‘화성구역’으로 명명된 2022년부터 ‘뒤그루 살림집’으로 불리는 판매용 아파트에 대한 수요까지 높아지는 등 이 구역의 주거 가치 상승과 함께 부동산 시장의 활기도 감지된 바 있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평양 화성구역 ‘뒤그루 살림집’에 눈독들이는 주민들 ‘동분서주’)

이러한 변화에 따라 화성지구의 부동산 가격은 기존의 천리마·만수대 지역보다 높게 책정되고 있다고 한다. 천리마·만수대거리의 주택 가격은 정체되거나 소폭 하락세를 보이는 반면, 화성지구 주택은 상급 간부 및 특수 직종 중심의 수요가 형성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대(2022년 화성구역 1단계 아파트 거래가 16만 달러)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일부 주민들은 화성지구 살림집을 ‘돈이 되는 집’이라 부르며 관심을 보이고 있고, 실제로 돈이 좀 있는 주민들 사이에서는 여기 집을 사려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그만큼 이곳이 원수님(김 위원장) 시대의 새 중심지로 인정받고 있다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앙간부학교가 지난해 5월 화성구역으로 이전했으며, 정부 청사 및 주요 국가기관들도 화성구역으로의 이전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향후 과학연구단지, 보건기지, 대형 상업시설, 전력 및 교통 체계, 국가자료센터 등이 화성구역에 건설되거나 이곳으로 옮겨질 것이라고 한다.

이는 김 위원장이 화성지구를 ‘새로운 수도의 중심’으로 설정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또 원래 낙후 지역이었던 화성지구 개발을 통해 중심구역과 주변구역 간의 격차를 줄이려는 의지도 함께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예전에 왕조가 바뀌면 수도를 이전하듯 선대와는 다른 공간에 자신의 통치 철학을 구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면서 “중심지를 화성구역으로 옮기는 게 진정한 원수님(김 위원장) 시대를 여는 중요한 서막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화성구역은 새로운 서비스 산업의 시범 지역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차량 임대 서비스가 도입돼, 주민들이 하루 약 100달러의 비용으로 승용차를 대여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변화는 화성구역을 중심으로 한 경제 활동의 다양화와 현대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北, 차량 렌트 사업 시범 운영…평양 화성구역 중심으로 시작)

소식통은 “정부(당국)는 이 지역을 ‘새 시대 인민 철학(인민대중제일주의)이 응축된 본보기’로 지칭하고 있다”면서 “이곳은 원수님 체제를 대표하는 지역으로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용 기자
sylee@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