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양강도 혜산시 국경 지역에서 이뤄지던 국가 밀수가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측에서 국경 단속을 대폭 강화하면서 양국 간의 비공식 무역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21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중국 쪽에서 지난 15일부터 국경 단속이 대대적으로 진행되면서 국가 밀수가 중단된 상태”라며 “단속은 이번주까지로 예정돼 있다고 하는데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중국 지린성 창바이현과 마주하고 있는 혜산시 국경 일대에서는 오랫동안 밀무역이 이뤄져 왔다. 주로 약초, 광물, 의류, 농산물 등이 비공식 루트를 통해 오갔고, 이로써 밀무역은 지역 경제의 한 축이 돼 왔다.
북중 간 밀무역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북한 당국이 국경을 전면 봉쇄하면서 한동안 멈췄다가 2023년부터 다시 회복되기 시작해 최근에는 약초류 등의 수출과 함께 중고 승용차부터 대형 컨테이너 차량까지 수입되는 등 거래가 점차 활발해지는 양상이었다.
그런데 최근 중국 측이 국경 질서 유지를 명분으로 경비와 단속을 강화하면서 밀무역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밀수 단속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중국 변방대가 국경 경비 강도를 높이면서 중국 측 무역업자들이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식통은 “변방대가 밤새 잠도 자지 않고 주요 (밀수) 지점들에서 계속 순찰을 돈다고 한다”며 “몰래 움직이다 적발되면 물량 전부가 몰수당하는 것은 물론 법적 처벌까지 받을 수 있어 중국 대방(무역업자)들이 아예 (밀수) 시도 자체를 못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북한 측 밀무역 업자들은 “우리(북한) 쪽이 조용하면 중국 쪽에서 난리고, 중국 쪽에서 조용하면 우리 쪽이 난리라 정말 돈 벌기가 어렵다”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고 한다.
국가 밀수가 중단되면서 북한 내 약초류나 광물 등 일부 수출품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유통이 막히면서 벌써 시장도 영향을 받아 벌이가 어려워진 상인들이 밀무역 재개만을 고대하는 실정이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이와 관련해 중국 현지 대북 소식통도 본보에 “최근 변방대가 밀수 단속에 열을 올리고 있다”면서 “며칠 전에는 북한에서 약초를 받아오려던 한 사장(무역업자)이 밤새 변방대 순찰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며 기회를 엿보다 끝내 성공하지 못해 허탕 치고 돌아오는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정확한 속내는 알 수 없지만 밀수가 과열되는 최근의 흐름을 의식한 ‘속도 조절’ 조치로 보인다”며 “이전에도 밀수가 지나치게 활발해지면 변방대가 단속 강도를 높여 흐름을 통제하곤 했다”고 설명했다.
비공식 루트를 통한 밀무역의 규모가 일정 규모 이상 커지는 경우 중국 당국이 단속을 통해 의도적으로 개입·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소식통은 그러면서 “이런 식의 단속은 통상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이뤄지고 이후에 완화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이번에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조선(북한)과의 거래가 다시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