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 난공사와 인명 피해 속에 건설된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

양강도에 있는 백두산영웅청년 수력발전소는 2002년에 착공해서 2016년에 준공됐다. 짓는 데 14년이 걸렸다. 공사 규모가 방대한 데다가 돌이 많은 산간지대 환경에 지하로 암반을 뚫는 작업이 지연돼서 초기부터 어려움에 봉착했다. 영하 30도를 오르내리는 북방의 혹한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려서 동원된 인민군 돌격대원들도 고생이 심했다. 10년이 훌쩍 넘는 공사 기간에 사고사도 빈번했다. 4~5만 명의 차출된 군인들이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인근 농장 마을로 도적질을 하러 다녀서 사회문제를 일으키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난공사와 숱한 인명 피해 속에 건설된 백두산영웅청년 수력발전소에 대해서 고해상 위성사진으로 최근 모습을 살펴봤다.

양강도 백암군에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가 1호부터 3호까지 건설됐다. 물길 굴을 뚫는 지하 암반 작업이 난공사여서 인명 피해 사고사가 빈번했다. /사진=구글어스

백두산영웅청년 수력발전소는 겨울철에 한반도에서 제일 춥다는 양강도에서도 백암군에 위치한다. 댐과 발전소 간에는 지하로 수 ㎞씩 굴을 뚫어서 물을 끌어들여 연결했고, 낙차를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한다. 산간지대 공사 구간은 주로 암반으로 이뤄졌고, 도구나 기자재가 부족해서 곡괭이나 쇠로 만든 지렛대를 가지고 작업에 착수하느라 시작부터 난공사였다. 더군다나, 수력발전소 아래로 55㎞ 거리에는 함경북도 길주군에 풍계리 핵실험장이 위치한다. 풍계리에서는 백두산영웅청년 수력발전소 공사 기간에 총 4차례의 지하핵실험이 있었다.

문제는 풍계리에서 지하핵실험이 진행되면 공사장 갱도작업장에는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여기저기 균열이 생긴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미세하게 나타나지만, 점차 눈에 뜨일 정도로 벽체에 금이 간다. 그러다가 고정시킨 철근들도 흔들려서 움직이게 된다. 결국,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을 연이어 강행한 탓에 어려움 속에 진행되던 수력발전소 물길 굴 공사는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난관에 부딪혔다. 자재도 종전의 것보다 훨씬 강도 높은 것을 사용해야 했다. 하지만, 자재도 제때 공급되지 못했고, 이 때문에 공사속도가 더욱 늦어졌다고 한다.

위성사진에서 보면, 함북 무산역과 양강도 백암청년역을 남북으로 연결하는 백무선 철길이 서두수 물길 옆을 지나간다.

1호 댐에서 지하로 3㎞ 물길 굴을 뚫어서 발전시설과 연결했고, 낙차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한다. /사진=구글어스

백두산영웅청년 1호 발전소의 댐은 길이가 480m에 폭 6m이며, 아치형의 콘크리트 댐이다. 댐에서 3㎞ 거리에 발전실과 변전소, 수조탱크 등 발전시설을 건설했고 땅속으로 굴을 뚫어서 서두수 물을 끌어들여 100m 낙차를 만들어서 발전에 이용한다. 1호 발전소는 2015년 10월 초에 완공됐는데, 지하공사에 암반이 많아서 어려움이 많았다. 2015년 9월에는 김정은이 1호 발전소 언제(둑) 건설현장을 현지지도했다. 김정은은 건설장에서 “웅장하다. 미남자처럼 잘 생겼다. 10년이 넘는 기간에도 못 이룬 업적을 겨우 4개월 만에 해냈다”라며, 젊은 돌격대원들의 노력과 헌신을 영웅적이라고 치하했다. 이어서 발전소 이름에 ‘영웅’이란 호칭까지 붙여줬다.

한편 2015년 10월 우리 남한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이 참석한 준공식을 홍보한 북한 조선중앙TV 방송 화면에서 발전소 댐 벽면에 물이 새는 모양인지 곳곳에서 누수 흔적이 포착됐다. 이에 남한 토목 전문가들로부터 1호 발전소 건설에 부실 공사 논란이 제기됐다. 영하 4도 이하에서는 하지 말아야 할 야외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영하 30도의 혹한에서 강행했고, 공사 기간에는 젊은 군인들이 식량과 방한복 및 제대로 된 장비도 없이 맨손으로 작업을 해서 부실 공사는 물론이고 인권침해 문제도 제기됐다. 인근 북한 주민들도 해당 댐의 안정성을 의심한다. 주민들은 발전소를 가리켜 살아가는데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애물 발전소’라고 불렀다고 한다.

2호 댐에서도 지하로 2㎞를 물길 굴을 뚫어서 발전시설과 연결했고, 서두수 물을 끌어들여서 발전에 이용한다. /사진=구글어스

백두산영웅청년 2호 발전소는 댐 길이가 125m이고, 댐과 발전소 간에 지하로 2㎞의 물길 굴을 뚫었다. 2호 발전소는 2015년 10월 초 완공됐으며, 50m 낙차를 만들어서 발전에 이용한다. 1호와 2호는 7만㎾ 정도의 전력을 생산한다.

3호 발전소는 댐 인근에 터빈 발전실, 변전소, 수조탱크 등 발전시설을 갖췄고 저수지 물을 이용해서 전기를 생산한다. /사진=구글어스

백두산영웅청년 3호 발전소는 댐의 길이가 155m이며, 2016년 5월 말 준공됐다. 3호 발전소는 1만㎾ 정도의 전력을 생산한다.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인 최룡해가 한때 백두산영웅청년 수력발전소 건설 책임을 맡았다가 부실 공사 논란으로 쫓겨나서 처벌을 받은 적이 있다. 데일리NK도 최룡해는 발전소 가동 과정에서 발생한 누수 사고와 부실 공사에 책임을 지고, 업무 소홀과 불경죄로 함경도의 협동농장으로 추방돼서 혁명화 교육을 받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관련 기사 바로보기: “北최룡해, 함남 덕성군 협동농장서 혁명화 교육”) 안전 장비도 부족한 상태에서 사람의 힘으로만 백두산영웅청년 수력발전소를 건설했다는데, 워낙 위험한 공사다 보니 10년이 넘는 공사 기간에 사고사가 끊이질 않았다.

최룡해는 김일성의 ‘항일 빨치산’ 동지이자 최측근이었던 최현의 둘째 아들이다. 최근 북한이 야심 찬 해군력 증강의 일환으로 남포항에서 진수식을 거행한 5000톤급 다목적 구축함에는 북한이 최현의 이름을 따서 ‘최현호’라고 명명했다.

최룡해는 지난 5월 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2차 세계대전 승전 80주년을 기념하는 전승절 열병식에 김정은 대신에 참석했다. 최룡해가 장성택 자리를 메우고 명실상부한 ‘2인자’로 자리매김하며 떠올라 요즘 최고의 실세라는 소리가 나온다. 2인자를 용납하지 않는 독재국가 체제에서 최룡해가 위험해 보인다. 권력을 넘본다고 고모부마저 고사포 총으로 공개처형한 김정은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최룡해가 권력의 위험성과 냉혹한 현실을 모를 리가 없을 것이다. 어떤 처세술을 펼쳐서 김정은 치하에서 그가 살아남을지 궁금하다.

정성학 AND센터 위성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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